[시조] 위백규, 농가구장(農歌九章) 1
위백규(1727~1798)
호남의 3 천재 중 1인, 위백규!
위백규는 조선 후기 전라도 장흥에서 활동한 실학자입니다. 인물성이론(人物性異論)을 주장한 윤봉구에게서 수학하여 노론의 학문을 계승하였으나, 다양한 학문에 대한 탐색 속에서 지방 사회의 현실과 접목하여 다양한 경세론을 제시하였습니다. 향촌의 자율성을 근거로 향중공론(鄕中公論)에 입각한 개혁론이라는 점에서 특징이 있습니다. '향중공론'이란 '사림공론'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지역사회 주민의 뜻이 중요해짐을 의미합니다.

[제1장]
서산에 아침볕 비치고 구름은 낮게 떴네
비 온 뒤 묵은 풀이 누구 밭에 더 짙었는가
두어라 차례 정한 일이니 매는대로 매리라
[제2장]
도롱이에 호미 걸고 뿔 곱은 소를 몰고
고동풀 뜯 먹이며 개울가 내려갈 제
어디서 품진 벗님은 함께하자 하는고
[제3장]
처 내자 처어내자 긴 이랑 처어내자
바래기 여뀌풀을 고랑마다 처어내자
쉬 짙은 긴 이랑은 마주 잡아 처어내자
위백규의 향촌
그의 농촌 생활의 아침부터 그려집니다. 그는 아침 볕이 들고 구름이 낮게 깔린 전원에서 검은 뿔이 약간 굽은 소를 몰고 들로 향합니다. 품앗이, 두레 등의 협업을 하기 때문에 이웃 전답을 둘러봅니다. 어떤 밭은 정돈되어 있고 어떤 밭은 풀이 무성합니다. 농촌의 '품앗이'란 품으로 빌려주고 품으로 받는 것입니다. 교환 수단으로 화폐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일을 빌려주고 받는 관행입니다. '두레'란 동네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만들어서 돌아가면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갑집, 내일은 을, 모레는 병. 이렇게 해야 손이 많이 필요한 농사일을 해결할 수 있는 거죠. 일 년 농사일을 끝낼 때는 마을 축제가 벌어집니다. 그해 농사일에 공이 큰 상일꾼을 소 등에 태워 동네를 돌면서 '만드리' 놀이를 합니다. 일과 축제가 어우러진 우리 조상님들의 멋진 풍속이었습니다.
위백규의 농가구장에서 위 3장까지는 초여름 풍경입니다. 오늘 품을 앗는 집 전답에서 김매기를 하는 것입니다. 바래기, 여뀌풀을 고랑마다 처내면서 협업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