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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혼을 되살린 역사서: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공노사노 2025. 5. 2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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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申采浩, 1880~1936)의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는 일제강점기 한국 민족사학의 대표작으로, 단군조선에서 고구려까지 이르는 고대사(상고사)를 민족 중심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역사서입니다.


민족혼을 되살린 역사서: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1. 『조선상고사』란 무엇인가?

『조선상고사』는 신채호가 1924년에 중국 북경에서 저술한 역사서로, 단재 신채호의 대표 저작이자 한국 민족주의 사학의 정수입니다. 제목 그대로 조선(韓民族)의 상고 시대, 즉 단군조선부터 고구려 멸망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당시 조선사 왜곡에 대응하여 민족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쓰였습니다.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역사는 민족의 혼(魂)을 담는 그릇이며, 단지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정신의 기록이라 보았습니다.

2. 저술 배경과 의의

『조선상고사』는 일제의 식민사관과 정면으로 맞서는 저작입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식민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사를 ‘미개하고 종속적인 역사’로 왜곡하고 있었고, 일본 중심의 타율성론, 정체성론, 당파성론이 강요되었습니다.

이에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단군 조선을 국가로 인정하고, 고구려를 민족의 정수로 해석하며, 민족 중심의 사관(史觀)을 정립하고자 했습니다.

3. 주요 내용과 구성

『조선상고사』는 서론과 본론으로 구성되며, 본론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장은 역사적 사건의 기술을 넘어 사상, 문화, 민족정신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1장. 조선역사의 본의(本義)

  •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신채호의 정의가 나옵니다.
  •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는 명제를 제시함.
  • 즉, 역사는 민족의 독립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의 기록입니다.

2장. 민족의 기원과 고대 국가 성립

  • 단군조선을 실존 국가로 보고, 기자·위만 조선설을 비판합니다.
  • 단군은 신화가 아닌 민족 통합의 상징이자 실질적인 고대 통치자로 해석됩니다.

3장. 고조선의 체제와 멸망

  • 고조선은 고대 제국으로서 뛰어난 문화와 정치 체계를 갖췄다고 평가.
  • 위만이 조선을 찬탈한 사건을 중국 제국주의 침략의 서막으로 해석.

4~5장. 부여·옥저·동예·삼한의 역사

  • 부여를 고구려의 뿌리로 간주하며, 북방계 문화의 연속성을 강조.
  • 옥저·동예·삼한 등 소국의 존재도 민족 발전의 기초로 파악.
  • 각 집단은 독립적 자주성과 문화를 지닌 ‘국가’로 취급.

6장. 고구려의 성장과 정복 활동

  • 고구려는 단군조선의 정신을 계승한 국가로서, 민족의 이상을 구현한 전사국가로 평가.
  • 고구려의 강력한 정복 전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공격적 자주성’을 높이 평가.

7장. 백제·신라에 대한 비판적 서술

  • 고구려 중심의 사관을 택하면서 백제와 신라는 주변적 역할로 서술됨.
  • 특히 신라는 중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며 민족 자주성을 훼손한 국가로 비판됨.

8장. 삼국통일에 대한 비판

  • 신라의 삼국통일은 외세(당)의 힘을 빌린 것으로서, 통일이라기보다 민족 분열의 시작이라고 비판.
  • 이는 후대 민족 분열과 식민지화를 불러온 뿌리로 지목됨.

9장. 역사의 교훈

  • 과거의 역사를 통해 자주정신, 투쟁정신, 민족의식을 되살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짐.

4. 『조선상고사』의 사학사적 의의

1) 민족사학의 대표적 저작

  • 신채호는 『조선상고사』를 통해 민족이 주체가 되는 역사 해석, 즉 ‘주체적 사관’을 확립하였습니다.
  • 단군조선~고구려에 이르는 상고사의 흐름을 민족정신의 황금기로 규정합니다.

2) 일제 식민사관에 대한 지적 저항

  • 일제가 강요한 타율성과 열등성의 프레임을 깨고, 우리 역사의 능동성과 자율성을 부각했습니다.
  • 특히 단군과 고조선의 실재성을 강조함으로써 역사 왜곡에 정면 대응했습니다.

3) 역사학을 민족 운동과 연결

  • 『조선상고사』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민족 독립운동의 철학서이자 선언문의 성격을 띱니다.
  • 역사 기술을 통해 민족의식의 고양과 실천적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마무리

『조선상고사』는 단재 신채호의 투철한 민족정신이 오롯이 담긴 불멸의 역사서입니다. 그는 단순히 과거를 기술한 것이 아니라, 당대와 미래의 민족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너는 조선 사람인가? 그렇다면 조선의 역사를 아는가?”

이 질문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진정한 자존과 독립은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바로 아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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