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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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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1963년에 출간된 책으로, 아렌트가 나치 독일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룬 작품입니다. 아렌트는 이 책에서 아이히만 재판을 심층 분석하면서, 나치즘의 악과 범죄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했습니다. 특히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전통적인 악의 개념을 뒤집는 혁신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

1. 아돌프 아이히만과 그의 역할

아렌트는 예루살렘에서 열린 아이히만 재판을 지켜보며, 그가 생각했던 악인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다른 인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고위 관료로, 유대인 학살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아렌트는 재판을 통해 그가 광적인 이데올로기적 신념을 가진 악마적인 인물이 아니라, 단지 명령을 충실히 따랐을 뿐인 평범한 관료였다고 평가합니다.

 

아이히만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도덕적 판단력 없이, 상부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기계적으로 수행했으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아렌트는 이러한 점에서 아이히만을 "악의 평범성"의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2. 악의 평범성

아렌트가 이 책에서 제시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악의 평범성"입니다. 그녀는 아이히만이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악인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그가 매우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이히만은 대단한 지적 능력을 지닌 사람도 아니었으며, 특정한 악의를 가진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는 관료적인 태도로, 나치의 유대인 학살 계획을 실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아렌트는 이러한 아이히만의 태도를 통해 악이 반드시 잔인하고 사악한 인물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가 악이라는 자각 없이도 악을 저지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개인이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고, 상부의 명령이나 관습에 무비판적으로 따를 때, 평범한 사람들이 큰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히만은 자신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명령을 따르는 것이라고 변명했습니다.

3. 도덕적 책임과 자율성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인간의 도덕적 책임과 자율성에 대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아이히만의 경우처럼 명령을 따르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관료적 태도는,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게 만듭니다. 아렌트는 이러한 태도가 개인의 자율성과 도덕적 판단을 포기하게 만들며, 그 결과로 거대한 악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녀는 개인이 사회적 압력이나 명령에 따를 때에도, 자신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도덕적 판단력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히만은 이 점에서 도덕적 자율성을 상실한 사람의 전형으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행동했습니다.

4. 법적 정의와 도덕적 판단

아렌트는 이 책에서 아이히만 재판이 단순히 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판단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기회라고 보았습니다. 아이히만은 법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당시에 합법적인 명령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아렌트는 법이 항상 정의를 의미하지 않으며, 도덕적 판단이 법보다 우선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나치 정권 하에서 행해진 유대인 학살은 당시 독일 법에 따르면 합법적이었지만, 그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아렌트는 법이 정의를 실현하지 못할 때, 개인이 도덕적 판단을 통해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책은 법적 정의와 도덕적 책임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고찰하게 만드는 중요한 철학적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5. 아이히만의 자기변명과 체제의 문제

아이히만은 재판 내내 자신이 단지 명령을 수행한 것뿐이며, 개인적인 악의나 증오심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조직의 일원으로서 맡은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유죄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아렌트는 이러한 변명이 조직과 체제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도덕적 판단력을 상실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봅니다.

 

그녀는 나치 체제가 개인으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게 만들고, 체제의 일부로서 무비판적으로 명령을 따르도록 유도한 점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아렌트는 이러한 체제 속에서도 개인은 여전히 도덕적 자율성을 지켜야 하며, 체제가 명령하는 것에 무조건 따르는 것은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6.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대한 논란

이 책은 출간 이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악의 평범성"으로 설명하며, 그가 사악한 악마적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인물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 점에서 일부 비평가들은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아렌트의 유대인 공동체 내에서의 평가는 엇갈렸는데, 일부 사람들은 그녀가 나치 전범을 다루는 데 있어 지나친 거리감을 유지하며, 그들의 범죄를 너무 단순화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렌트는 이 책을 통해 중요한 도덕적, 철학적 질문을 던졌으며, 특히 개인의 도덕적 책임과 자율성, 그리고 조직 내에서의 권력과 책임의 문제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공했습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결론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통해 인간의 도덕적 자율성과 책임에 대해 성찰하는 중요한 저작입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분석하며 '악의 평범성' 개념을 제시했으며, 평범한 사람이 도덕적 판단 없이 명령에 따름으로써 어떻게 큰 악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경고했습니다. 이 책은 법적 정의와 도덕적 책임의 문제, 그리고 체제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도덕적 판단을 상실하게 되는지를 탐구하며, 현대 사회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철학적 저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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