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는 공자의 사상을 계승·발전시킨 유가(儒家) 철학자 맹자(孟軻)가 제자들과의 문답이나 제후와의 논변을 중심으로 엮은 철학서입니다. 『논어』가 공자의 어록을 중심으로 하듯, 『맹자』는 인간의 본성과 정치의 도리, 군주의 자세를 중심으로 한 유학의 고전이며, 오늘날까지도 정치철학, 윤리학, 교육철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의(仁義)의 철학, 맹자의 『맹자』
1. 『맹자』란 어떤 책인가?
『맹자』는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맹자(孟子, 기원전 372년경~기원전 289년경)의 사상을 담은 유가(儒家)의 경전으로, 『논어』, 『대학』, 『중용』과 함께 사서(四書)의 하나로 꼽힙니다.
맹자는 공자의 정통을 계승한 사상가로서, 혼란스러운 전국시대의 현실 속에서 인의 정치와 민본주의,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며 도덕 정치의 이상을 설파했습니다. 『맹자』는 바로 이러한 맹자의 사상을 제자들이 정리한 기록으로, 총 7편 2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 『맹자』의 구성과 주요 인물
『맹자』는 다음과 같은 일곱 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양혜왕(梁惠王)
- 공손추(公孫丑)
- 등문공(滕文公)
- 이루(離婁)
- 만장(萬章)
- 고자(告子)
- 진심(盡心)
각 편은 맹자가 제후들과 논쟁하거나, 제자들과 문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철학적 원칙과 현실 정치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맹자와 그의 제자들, 그리고 전국시대 각국의 제후와 재상들입니다. 특히 양혜왕, 공손추, 고자 등은 실제 논쟁 상대이자 맹자의 사상을 드러내는 매개로 등장합니다.
3. 『맹자』의 핵심 사상
1) 성선설(性善說) – 인간은 본래 선하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본래 착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를 다음과 같은 예시로 설명합니다.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며 구하려 한다. 이는 본성이 선하기 때문이다."
맹자는 이를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하며, 인간에게는 본래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네 가지 마음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 측은지심 → 인(仁)
- 수오지심(羞惡之心) → 의(義)
- 사양지심(辭讓之心) → 예(禮)
- 시비지심(是非之心) → 지(智)
맹자는 이 네 마음을 사단(四端)이라 하며, 올바른 교육과 수양을 통해 이를 확장하면 도덕적 인격이 완성된다고 보았습니다.
2) 민본주의(民本主義) – 백성이 정치의 근본이다
맹자는 군주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그다음은 사직(社稷), 군주는 가장 가볍다.”
- 「진심편」 중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급진적인 주장으로, 정치는 백성을 위한 것이며, 민심을 잃은 군주는 쫓겨나도 당연하다는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맹자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농업을 장려하며, 교육을 베풀고, 형벌을 공정하게 할 것을 이상적인 정치로 보았습니다. 그가 강조한 왕도정치(王道政治)는 폭력이나 술수가 아닌 인의(仁義)로 다스리는 정치입니다.
3) 왕도정치 vs 패도정치
맹자는 정치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봅니다.
- 왕도(王道): 인의에 바탕한 정치. 민심을 얻고 도의로 다스림.
- 패도(覇道): 무력과 술책으로 지배. 일시적으로는 성공하나 결국 실패.
맹자는 강력한 무력보다 도의(道義)의 힘이 백성을 감동시키며 오래 지속되는 나라를 만든다고 강조합니다. 그가 왕들에게 “백성을 사랑하라”라고 반복해서 말한 이유입니다.
4) 호연지기(浩然之氣) – 기백과 도덕적 힘
맹자는 “호연지기는 의로움에서 자라나고, 도리에서 벗어나면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이는 도덕적 신념에서 비롯되는 기백이며, 외압에 굴하지 않고 의(義)를 실현하려는 강한 정신력을 뜻합니다.
그의 말처럼 『맹자』는 이론만이 아닌 실천의 철학입니다. 바로 살고, 올곧게 말하고, 시대의 혼란 속에서도 도덕을 붙들고 살아가는 자세를 강조합니다.
4. 『맹자』의 현대적 의의
1) 인간관의 회복
맹자의 성선설은 인간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긍정적 인간관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는 오늘날 교육, 복지, 심리학 등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2) 정의와 공감의 정치
민본주의와 왕도정치는 정의로운 정치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맹자는 단지 이상을 말한 것이 아니라, 정치의 궁극 목적이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3) 도덕적 자립의 철학
호연지기의 정신은 오늘날 도덕적 용기와 자기 수양의 힘으로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외부의 강압이나 유혹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는 인간상은 여전히 유효한 이상입니다.
마무리
『맹자』는 단순한 고전 철학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 정치가 바르게 서는 길, 그리고 도덕이 살아 숨 쉬는 사회를 향한 제언입니다.
맹자는 말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인(仁)이요, 내가 즐기는 것은 의(義)이다.”
우리가 오늘 이 책을 펼치는 이유는, 그 길을 다시 묻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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