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Mutter Courage und ihre Kinder)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Mutter Courage und ihre Kinder)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Mutter Courage und ihre Kinder)은 1939년에 쓰인 희곡으로, 브레히트의 대표적인 서사극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17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30년 전쟁 속에서 주인공 억척어멈(애나 피어링, Anna Fierling)이 전쟁터를 배경으로 가족을 지키고 생존하려고 애쓰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브레히트는 이 작품을 통해 전쟁과 인간의 탐욕, 그리고 도덕적 타락을 비판하면서, 전쟁의 참혹함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품 배경과 줄거리

이 희곡은 17세기 30년 전쟁 동안, 독일을 무대로 억척어멈과 그녀의 세 자식들이 전쟁터를 떠돌며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억척어멈은 장사로 돈을 벌기 위해 전쟁터를 오가며 군인들에게 물건을 팔아 이익을 챙깁니다.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그녀는, 전쟁을 통해 돈을 벌지만 동시에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하나씩 잃게 됩니다.

• 첫째 아들 에일리프는 용감하고 전투적이며, 전쟁에서 많은 공을 세우지만, 결국 과도한 폭력으로 인해 처형당하게 됩니다.
• 둘째 아들 슈베이처카스는 순진하고 돈 관리를 맡았지만, 그가 맡은 군 자금을 지키려고 애쓰다 결국 적군에게 붙잡혀 처형됩니다.
• 딸 카트린은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인물로, 전쟁 속에서 가장 무고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녀는 나중에 마을을 구하기 위해 북을 쳐 적군을 깨우지만, 결국 적군에게 사살당합니다.

억척어멈은 전쟁터를 누비며 장사를 이어가지만, 결국 그녀의 자식들은 모두 전쟁 속에서 희생됩니다. 아이들을 모두 잃은 억척어멈은 끝까지 자신의 생계를 위해 전쟁터에서 다시 장사를 이어갑니다.

주요 등장인물

1. 억척어멈(애나 피어링, Anna Fierling): 주인공으로, 전쟁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강한 의지와 끈기를 발휘하는 장사꾼입니다.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지만, 그로 인해 자식들을 잃게 됩니다.
2. 에일리프(Eilif): 억척어멈의 첫째 아들로, 용감하고 전쟁에서 공을 세우지만 과도한 폭력으로 인해 결국 처형됩니다.
3. 슈베이처카스(Schweizerkas): 둘째 아들로, 순진하고 돈을 맡아 관리하는 역할을 하지만, 전쟁 중 자금을 지키려다 적군에게 처형됩니다.
4. 카트린(Kattrin): 억척어멈의 딸로, 말하지 못하는 장애를 지니고 있으며, 가장 무고하고 순수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녀는 마을을 구하기 위해 희생됩니다.

주제와 메시지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은 여러 주제를 중심으로 전쟁과 인간의 삶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1. 전쟁의 무의미함과 비극성: 브레히트는 이 작품을 통해 전쟁이 인간에게 얼마나 무의미하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강조합니다. 억척어멈은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자식을 모두 잃고도 전쟁터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전쟁은 그녀에게 부를 가져다주지 않고, 오히려 가족과 인간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2. 인간의 탐욕과 생존: 억척어멈은 전쟁 속에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물건을 팔며 돈을 벌려고 합니다. 그녀의 탐욕은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지만, 결국 이로 인해 자식들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브레히트는 인간이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탐욕에 눈이 멀어 인간적인 가치를 잃어버리는지를 묘사합니다.
3. 도덕적 타락과 인간성의 상실: 억척어멈은 전쟁터에서 이익을 취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덕적 판단을 잃어버립니다. 전쟁 속에서 그녀는 자식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물질적 이익을 우선시하며, 이는 그녀의 도덕적 타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브레히트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도덕적 판단을 상실하고 생존만을 추구하게 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그립니다.
4. 운명과 개인의 무력함: 억척어멈은 자신의 자식들이 전쟁에 희생되는 것을 막지 못합니다. 그녀는 강한 의지와 끈기를 가지고 있지만, 전쟁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그녀는 무력합니다. 브레히트는 이를 통해 개인이 사회적, 역사적 상황 속에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특히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인간이 운명에 저항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사극 기법

브레히트의 대표적인 문학적 기법인 서사극(에픽 시어터)은 관객의 감정적 몰입을 방해하고, 대신 이성적인 판단을 하도록 유도하는 연극 기법입니다. 브레히트는 관객들이 극 속에 몰입하지 않고, 전쟁의 잔혹성과 사회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게끔 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1. 소외 효과(Verfremdungseffekt): 브레히트는 극에서 배우들이 관객과 소통하거나 갑작스러운 노래를 삽입하여 관객들이 극에 감정적으로 몰입하지 않도록 합니다. 이로써 관객은 감정적 공감보다는 이성적으로 극을 바라보게 됩니다.
2. 노래와 간주곡: 극 중에 등장하는 노래와 간주곡은 줄거리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고, 관객이 현재 상황을 반성하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음악적 요소는 서사극의 중요한 특징으로, 극의 흐름을 감정적 몰입에서 이성적 판단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3. 역사적 거리두기: 브레히트는 이야기를 17세기 30년 전쟁 시대로 설정함으로써 관객이 현재의 문제와 전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합니다. 이로써 관객은 당시 전쟁의 상황을 오늘날의 문제와 연관 지어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습니다.

결말과 문학적 의의

결국 억척어멈은 자식들을 모두 잃고도 전쟁터를 떠돌며 다시 장사를 이어갑니다. 그녀는 전쟁 속에서 생존하려 하지만, 전쟁은 그녀에게 아무런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고 오히려 비극만을 남깁니다. 브레히트는 이 결말을 통해 전쟁의 잔혹함과 인간의 탐욕, 그리고 무력함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한 장면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은 전쟁에 대한 강력한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인간이 전쟁 속에서 어떻게 도덕적 판단을 잃고 고통받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브레히트의 서사극 기법은 관객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전쟁의 비극을 깊이 성찰하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20세기 극문학의 중요한 작품으로 남아 있으며, 전쟁과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