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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독서/교양도서

강원국이 강원국 답다. 강원국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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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그는 누구?

1962년생 강원국은 대우그룹 홍보팀에서 일했다. 국민의 정부 출범 후에 공보실에서 일하면서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했다. 이어지는 참여정부에서도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거쳤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글쓰기>와 <회장님의 글쓰기>를 출간했다. 이어서 세 번째 출간한 서적이 <강원국의 글쓰기>이다.

전에 출간한 책과 달리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글쓰기'를 소개한 것이다. 나도 블로그 글을 올리다 보니 '글쓰기 방법'에 대해 목말음을 느끼던 차다. 전자책도 지원되기에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이용해서 빨리 섭렵했다. 꼼꼼하게 읽지는 못했지만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소화했다.

알라딘에 소개된 책 소개글을 보면 이번 책을 쓰기 위해 그간 출판된 '글쓰기' 관련 서적 100권 정도를 읽고 책 구석구석에 녹여냈다고 한다. 과연 소개글대로 다양한 장르의 여러 가지 방법들을 담백하면서도 힘 있게 기술하고 있다.

2014년에 <대통령의 글쓰기>를 출간하고 1,000번 가까이 강연을 했다 한다. 게다가 블로그, 홈페이지 등에 2,000개가 넘는 글을 썼다고. 이 책이 2018년에 출간됐으니 4년 사이에 무려 3,000개 정도의 글과 강연을 했다는 얘기다. '이제 대통령은 그만 팔아먹지?'라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한다.

4년 × 365일 = 1,460일

1,460일에 3,000개 정도를 날렸으니 '대박'이다. 하루에 두 꼭지는 강의나 글을 올렸다는 얘기다. 언제 책은 읽고, 언제 글은 썼는지.

학력이나 경력을 보니 그렇게 날릴 만도 하다.

책의 구성

책은 모두 5장 39편으로 구성됐다.

책 내용을 내 글쓰기에 빗대 요약하고자 한다. 저자가 얘기했듯이 '주눅' 들지 않고...

'강원극의 글쓰기' 구성

1장에서

'자신감'을 강조했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잘 써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주눅부터 든다. 사실 주변에 보면 글쟁이들이 오직 많냐. 우선 이 책의 저자를 비롯, SNS에 글발께나 올리는 친구들 보면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저자는 너무 주눅 들지 말라는 당부로 시작한다. 글 쓰는 사람 대부분이 '자신 있다'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도 그렇다고. 저자도 늘 막연했단다. 남 눈치 지나치게 보지 말라는 지적도 한다. 내 글을 다른 사람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에 쉽게 글을 올리지 못한다. 또한 저자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글이 발전한단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지적질'하는 사람보다는 '칭찬질'하는 사람을 옆에 두라고. 칭찬을 먹어야 자신감이 생겨 글이 잘 써진다고 한다. 저자는 아내의 '칭찬'을 자양분 삼아 글을 썼다고 한다. '천생연분'이란 생각이다.

글쓰기 동기 부여도 중요하단다.

참, 그러고 보니 내게도 글 쓸 '동기'는 생겼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구글'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즐기는 일을 글로 올렸는데 용돈이 생긴다! 이것도 쓸만한 동기 아니겠나. 하긴 너무 액수가 적어 내놓기도 쑥스럽지만 계속 글을 올리다 보면 언젠가는 밥값은 하겠지 싶다.

2장에서는

남과 다른 글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대뜸 친구 얘기를 꺼낸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가 수학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가 크게 당한 얘기다. 그 뒤로 그 친구는 '질문'이란 것을 접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나중에 고급 공무원이 됐단다. 우리 교육이 그렇다. 질문보다는 주어진 답을 빨리 찾는 것이 상책인 입시 제도였다. 요즘이야 많이 달라졌다만, 과거 독재 정권하에서는 '답'이 중요했다. 저자 자신도 창의적인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마 겸손한 표현이겠지만 '딴짓'을 좋아했다는 것 보면 당시 분위기로 본다면 '창의'적 소양을 갖춘 사람 같다. 하긴, 학력을 보면 딴짓(?)해서 들어갈 학교는 아닌데 싶다. 여하튼 저자의 '딴짓'을 읊어보면, 옆자리 대화 엿듯기, 신문 부음란이나 인물 동정 보기. 패키지여행 중 다른 사람 동태 관찰하기와 여행 중에 뻘짓(?)하기. 그런데 해외여행 가서 '미술관' 들리는 것은 모범생들 코스 아닌가? 하긴 짝꿍이 시큰둥하다면 고려사항이긴 하다.

저자는 '딴짓'이라고 표현했지만, 권위주의 시대 '딴짓'은 '참교육'에 가까운 것이렸다. 독서, 토론, 학습, 메모를 강조하는 것만 봐도 남들보다는 훨씬 본질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듯하다. 그랬으니 어렵다는 대기업도 취업하고 청와대에서 '연설 비서관'도 했겠지. 고리타분한 샌님 학습법으로 감당될 일은 아니었지 싶다.

남과 다른 독창적인 글을 쓰는데는 '이성'도 중요하지만 '감정'에 호의적이라야 한다고. 그것, 공감 간다. 자신의 감정에 주목하고 솔직하게 귀 기울여야 핫한 글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성에만 의존하면 교과서지 어디 재밌는 소설이 나오겠냐?

저자는 '재밌는 글'에 대한 얘기도 썰을 푼다. 독자를 염두에 둔다면 일단 글이 맛깔나야 한단다. 학교 수업도 그렇다. 일단 재밌는 수업이라야 학생들을 감동시킬 수가 있다. 그 재미를 위해 나도 꽤나 노력을 했다만 결국 '문제 풀이' 수업으로 죽을 쑤다가 학교를 그만뒀던 기억이 늘 괴롭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지적이 있다. '재밌는 얘기'라고 '가벼운 얘기'는 아니란다. 유머와 조크가 수준을 낮추는 것이 되면 곤란하다는 것. 수준은 유지하면서 재밌는 글을 쓰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

3장의 주요 내용은

주제가 엇나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렸다. 저자가 고3 때 고모집 서점에서 소설을 탐독했단다. 고3이면 입시 준비로 시간이 없을 때인데. 그런데 '목차'를 강조한 것 보면 목차에서 골라 호기심 가는 부분을 봤지 싶다. 특히 에로틱한 부분을 골라. 그때가 그런 시기 아니겠나. 그런데 그 목차 보던 버릇이 글 구성하는 능력을 길렀단다. 글의 설득력과 논리는 순서에서 나온다고. 골격을 다듬고 거기에 살을 붙이듯이.

이 분야에 대해서는 나도 할말이 있다. '마인드맵'이다. 글을 시작하기 전, 맵을 작성 한다. 본래는 A4용지를 가로로 두고 삼색볼펜을 이용 색깔을 달리하면서 가지치기했다. 나중 컴퓨터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PC로 그렸다. 학교에서도, 마을사업할 때도, 친구 사업 기획안을 짤 때도 이걸 활용한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골격을 다듬는 셈이다.

한 수 풀었으니 다시 강원국의 글쓰기로 돌아가자.

글쓰기의 기본은 문법이란다. 어떤 친구는 이걸 영 무시하는 경우도 있던데, 강은 그게 아니다. 문법에 맞게 써야 독자가 제대로 이해한단다. 말과 글은 다르다고. 저자는 간단한 문법 지식을 정리한다. 국어 문법은 세 파트란다.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모음조화나 구개음화, 두음법칙 등은 음운론, 단어에 어떤 종류가 있으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배우는 형태론, 문장의 종류와 구성성분을 익히는 통사론이 그것이다.

조사와 어미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글쓰기가 관계를 맺어 새끼를 치거나 연결을 통해 가지를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조사와 어미 역할이 크다면서 설명하는 내용이 시원하다. 격조사, 보조사, 접속조사 등을 설명하는 품새가 정리를 잘했다. 어미에 대한 설명도 이어진다. 연결어미와 종결어미만 주목하면 된단다.

읽는 나의 결론은 '시간 내서 국어 문법 공부'를 해야겠다였다.

4장은

실제 글 작성의 요령을 다루고 있다.

첫머리에 자신의 초등학교 3학년 어머니날 글짓기 대회 얘기를 꺼낸다. 그 글의 첫머리가 '엄마가 돌아가셨다'였단다. 그 글이 뽑혀 운동장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이 읽어주셨단다. 대단하다. 그럼 타고난 글재주! 이건 동물행동학자이며 글쟁이인 최재천 교수의 경우와 비슷하다.

하여간 잘난 놈(?)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

그러면서 글의 시작ㅇ과 마무리에 대한 썰을 푼다. 글깨나 쓰는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글 시작하는 방법 10여 개. 이번에는 이것, 담에는 저것.

이들 시작하는 방법을 개조식으로 옮겨본다.

  • 글을 쓰게된 배경 설명
  • 개인적 경험이나 일화로 시작
  • 수미상관, 시작과 끝을 일거에 해결
  • 평범하고 담백한 시작
  • 핵심 개념을 정의 내리는 것으로 출발
  • 뜬금없는 시작
  •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면서 시작

첫 문장을 공부하기 좋은 것은 소설이란다. 몇 차례 소개되는 소설 첫머리는 김훈의 <칼의 노래>였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글은 시작만큼 마무리도 중요하단다. 그러면서 열 가지 주의 사항을 일러준다.

옮겨본다.

  1. 주제를 다시 한번 강조하거나 전체 나용을 요약정리한다.
  2. 뜻밖의 반전을 꾀할 수는 없는지 고민한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3. 제안하거나 호소, 당부하면서 끝낸다.
  4. 향후 과제, 전망, 청사진을 제시하거나 기대감을 표시함으로써 시야를 미래로 확장한다.
  5. 개인적 약속, 다짐을 하며 마무리한다.
  6. 남이 말이나 통계 등을 인용하면서 무난하게 마친다.
  7. 격언, 명언, 경구, 속담과 같은 아포리즘을 활용한다.
  8. 시작 부분을 가져와 수미상관으로 맺는다. 이는 시작과 마무리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다.
  9. 질문함으로써 독자에게 결론을 맡긴다.
  10. 연설문의 경우 행복, 행운, 건강, 건승을 기원하는 덕담을 한다.

저자는 글쓰기 고수와 하수의 차이에서 '쓰지 말고 고치라'고 당부한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일단 쓰고 고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는 얘기였다. 고수는 초고를 단지 고치기 위해 쓴 글쯤으로 여긴단다. 하수는 초고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이 대목을 보다 '뜨끔'했다. 내 얘기였다. 

 

고수는 글을 쓰고 나면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지만, 하수는 다 끝났다고 생각한다네. 고수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드러나는지, 설득력이 있는지, 흐름은 매끄러운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한다고. 하수는 맞춤법에 매달린단다. 자꾸 내 얘기가 나온다.

 

고수는 글을 쓴 후 일정 시간 묵혀둔단다. 쓴 사람에서 독자로, 연기자에서 관객으로, 작가에서 평론가로 변신하는 시간이라고. 쓰고 나면 글과 멀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 글이 익숙하게 보이지 않아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고칠 게 보이지 않는단다. 맞는 얘기다.

 

4장은 이렇게 실제 도움 되는 얘기로 그득하다. 

 

도움 되는 여러 가지 가운데 '퇴고 체크리스트'를 옮겨본다.

  1. 문장을 더 자를 순 없는가.
  2. 뺄 것은 없는가.
  3. 더 맞는 단어는 없는가.
  4. 반복되는 단어는 없는가.
  5.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없는가.
  6. 인명, 지명, 연도, 외래어 오류는 없는가.
  7. 문장과 문단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가.
  8. 주어-술어, 목적어-술어 호응은 맞는가.
  9. 와/과, 하고/하며 전후의 문구는 대등한가.
  10. 수식어와 피수식어 관계는 적절한가.
  11. 주어와 목적어 누락은 없는가.
  12. 서술어는 간략하고 다양한가.
  13. 불필요한 피동형은 없는가.
  14. 어색한 조사와 어미 사용은 없는가.
  15. 문장과 문단 순서를 바꿀 곳은 없는가.
  16. 상투적 표현은 없는가.
  17. 부연 설명이 필요한 곳은 없는가.
  18. 각 문단은 그 자체로 완결한가.
  19. 하고자 하는 말이 드러나는가.
  20. 독자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체크리스트를 두고 쓰면 세 가지를 얻는단다.

  1. 쓰면서 체크리스트가 자꾸 생각나 아예 그렇게 쓰게 된다.
  2. 조직의 문서 작성 효율이 올라간다.
  3. 자신만의 문체가 생긴다.

온라인 글쓰기

4장의 실전에서는 온라인 글쓰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온라인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방법도 개조식으로 소개한다.

  1. 왜 온라인에 글을 쓰는지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2. 목표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3.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4. 일관성이다.
  5.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5장은

글쓰기 환경에 대한 얘기다.

글쟁이는 '관종'이 돼야 한단다. 독자를 의식하고 글을 쓰니까. 독자 머리에 들어가 독자와 대화하며 쓴단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독자를 정하는 일이라고. 구체적인 한 사람이면 된단다. 잘 아는 주변으로 찾는단다.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최근 내가 구상하는 블로그가 '노년에 배우는 리눅스' 콘셉트가 있는데, 시작이 어려웠다. 노년과 리눅스,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그런데 위 글을 읽고 생각이 미쳤다. 나보다는 댓 살 아래인 노년 초입에 든 이선생이 있다. 한때는 아이티 분야에 선두 그룹인 'IBM'에서 근무한 사람이다. 이 친구가 요즘 리눅스에 관심을 갖는다. 이 친구를 독자로 설정하고 블로그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다. 구체적인 한 사람을 대상으로 글을 작성하다 보면 블로그 정체성도 잡힐 것 같다.

 

저자는 타고난 글쟁이 소질을 갖고 있는 데다 아내를 잘 만난 것 같다. 글 놀이를 아내와 함께 하니 오직 좋은 동행이냐. 이제 나이 들어 '글'로 밥벌이를 할 텐데. 서로 길을 물으며 길을 찾아가는 동행이 있으니. 축하한다.

 

작가는 글 쓰는 환경에 대한 여러 가지를 얘기한다. 그중에 '때와 장소'에 대한 것도 있다. 특히 장소에 대한 소개가 인상적이다. 지하철을 타면 생각이 잘 난다든지 도서관보다는 카페에서 글이 잘 써진다는 등.

 

진도 94%쯤 오니 슬슬 지겨워진다.

 

삶에서 배우는 글쓰기란 주제로 '노래'와 글쓰기, '산'과 글쓰기, '축구'와 글쓰기, '공부'와 글쓰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생활하는 모든 곳이 글쓰기와 관련 안된 곳이 없지 싶다.

 

저자의 마무리를 그대로 옮기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나는 오늘도 아는 것이 재미있어 책을 읽는다. 동영상 강의를 듣는다. 생각난 것은 메모한다. 그리고 강의할 때마다 새롭게 알게 된 걸 말한다. 일상이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다. 이 네 가지가 리듬을 타며 나를 드러낸다. 누구의 간섭도 없고, 눈치도 보지 않는다. 날마다 새롭다. 하루하루가 충만하다. 스스로 고양되고 성숙해지는 것을 느낀다. 남처럼 살지 않는다. 내가 나로서 나답게 산다.

강원국이 강원국 답게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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