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항 가는 길
온난화 때문일까?
4월도 들기 전에 아파트 벚꽃은 만개했다.
광주공항길 벚꽃은 좀 늦게 핀다.
오늘 봄마중은 '광주공항길 벚꽃'이다.
친구는 5.18 때 끌려갔던 영창을 찾아가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상무대 영창을 돌아 오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마륵역에서 내려 광주공항을 향해 걸었다.
나이든 벚나무가 줄지어 꽃을 뿜어내고 있다.
도로가 옮겨지고 확장되면서 한줄기 가로수만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편 가로수는 구섁을 갖추느라 나중에 식재됐다.
내 뉴런에는 봄꽃들이 날을 나누어 피는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요즘 꽃은 한꺼번에 잔치를 벌인다. 목련, 개나리, 벚꽃 등이 서로 다투어 일을 치른다. 게다가 배꽃과 복숭아꽃까지 삐쭉거린다. 여기에 사과꽃까지 나대면 계절 감각은 뒤죽박죽이 된다.
송정역시장
이런저런 시답지 않은 얘기를 나누며 송정역시장에 왔다.
1913년부터 열렸다는 송정역시장은 KTX역 단장과 더불어 새롭게 태어났다. 젊은이들 기호에 맞는 음식과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그중 한집, '닭발떡볶이' 집을 들렸다. 옛 초등 교실 분위기로 꾸민 가게는 정면에 칠판이 있다. 벽에는 학교 장면을 찍은 흑백사진이 걸렸다. 친구는 '6학년 도덕' 교과서를 구성지게 읽는다. 나는 '6학년 체육'을 뒤적거렸다. 1973년 출간된 초등 교과서다.
도산동 자전거포를 들렸다.
3년 전에 친구는 여기서 미니벨로 자전거를 샀다. 그 자전거로 연습하고 미국까지 갖고 갔었다. 뉴욕에서 타고 다니던 어느날 도난 당했다. 자전거포 주인은 우리를 기억했다. 하루면 고객이 150명 정도 찾는 분주한 집인데 용케 우리를 알아보고 '아, 그때 걸려 넘어지신 분' 한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블랙캣' 브랜드의 작은 자전거의 완충장치가 비정상 돌출로 바큇살에 걸려 급브레이크가 걸렸던 것이다. 친구는 앞으로 180도 회전하여 넘어졌다. 다행히 학창시절 유도 솜씨가 남아 낙법을 써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걸 기억한 것이다.
돌아오는 길이다.
광주송정역에서 남광주역까지는 30분.
친구는 순대보따리같은 뜨개도구를 꺼낸다. 그는 이번 국내에 머무는 동안 뜨개질을 익혔다. 틈만나면 실타래와 뜨개바늘을 꺼낸다. 카페에서도, 대합실에서도, 열차에서도 뜨개질은 계속된다.
'어라! 또 코가 빠졌네'
하면서 실을 풀었다 감았다를 몇번이고 한다. 건너편 아주머니가 '뜨개질 하면 시간이 잘 간다.'면서 대꾸를 한다.
그래서 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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