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단상
어제가 어버이날이었다. 매년 만나는 어버이날이면 식모 생활도 마다하지 않고 자식을 공부시키려고 희생했던 엄마 생각에 눈물이 밴다. 그런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 DNA는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듣자 하니 모 장관 후보자도 자식들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 논문 지도를 한 것 같다. 명색이 사회지도층으로서 언젠가는 공직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자식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것은 60년대 우리 어머니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내용을 비집고 들어가 보니 다르다.
맹모를 닮은 우리 어머니는 당신 자식 교육을 잘 받게 하려고 도시로 유학을 보냈다. 사는 것이 불편할가봐 자신이 당신 친구 집에 식모로 눌러앉아 친구 자식들과 나를 같이 보호하면서 학교를 다니게 했다. 거기에 비하면 새 세대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자신의 자식 진학을 위해 빈틈없는 작전을 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것들이 들통이 난다. 못난 우리 어머니의 희생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신들의 기득권과 자식의 미래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한 섬세한 작전이다. 그들은 그렇게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좋은 학교에 진학시킨다. 또는 외국에 있는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한다.
고등학생이 인공지능 논문을 썼다고
기뻐할 일이다.
고교 1년생이 '인공지능'에 관한 논문을 냈다고 하면.
우리의 미래는 밝다.
그것도 두 편이나. 게다가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에. 참 대단한 학생이다. 십수년을 매달려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나는 이럴 때 의기소침해지고 열등감에 쌓인다. 중학교 갓 졸업한 고교 1년생도 저런 수준의 글을 쓸 정도의 내용을 '컴퓨터과학과'를 나오고 그 분야를 상당히 공부했는데도 프로그램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풀이 죽는다.
신문을 흐드러지게 날리는 그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다. 장관 후보자가 되니 드러난 가족들의 문제 중 사소한 일인데 지나친 헐뜯음이라면서 불평한다. 어떤 국회의원은 자신이 전세 들어 산다고 '셋집 코스프레' 했던 여인이 있었다. 그는 이번 보궐선거에 대통령 후보 대항마로 나서겠다고 한다. 자신의 아버지 부동산 투자(?)로 의원직 사퇴한 지 얼마 됐다고. 이렇게 뻔뻔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지도층에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다만 전수조사를 하면 상당수가 그물에 걸릴 것 같다. 이런 세태를 해결하는 데는 '혁명'만 한 것이 없는데 오늘날 혁명이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니 개혁을 시도할 수밖에. 촛불정부 5년 간 노력은 했다만 결산을 하는 지금 보면 결과가 미약하다.
대한민국 메이저들에게!
지금 대한민국의 지도층들은 교육 제도의 빈틈을 자신의 영리한 머리만큼이나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내신이 중요해지면 내신 성적을 올리는데, 외부 기관의 시상이 점수에 영향을 미치면 상을 받을 수 있게. 그렇게 자식들 교육에 정성을 들인다. 자식 교육에 온 삶을 바친 50년대와 60년대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과 같은 듯 하다. 이렇게 우리의 장한 어머니들의 릴레이는 신나게 계속된다. 사는 데에 거칠게 없으니 자식 교육에 전념하겠다는 부모로서 희생정신이 갸륵하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 민초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새벽장을 봐서 그날 영업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제는 배달까지 신경 써야 한다. 어디 아이들 내신에 관심이나 갖겠나. 좀 여유가 되면 동네 학원에 보내 선생님께 부탁하는 정도. 거기에 비해 뒤에 '사'자 붙는 가정에서의 자녀 사랑이란 비교 대상이 안된다.
요즘 지도층 인사들의 부적절한 자식 사랑 때문에 옛날 조건없이 자식에게 사랑을 퍼부었던 우리 어머니들까지 욕먹는다. 제발 이제는 바르게 살자. 먹는 것 걱정하는 시절은 지나지 않았나. 같이 더불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자식들에게 익힐 수 있게 하면 안 되겠니?
정직하게 살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비법들을 생각하자. 그 좋은 머리들을 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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