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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시조, 어뎌 내 일이여
황진이 시에는 정이 덕지덕지 붙었다. 뻔히 그리워할 줄 알면서 잡지 않아 가버린 님. 그리워하며 자신을 탓한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가슴을 칠 일이다. 미치도록 좋아하는데 내색 않고 보낸 모질지 못한 마음. 그가 등 돌리고 가는 모습을 보고 '가지 마!'라고 소리치지 못하고 모퉁이 돌아가는 뒷모습만 봤던 내 못난 모습을 탓한다.

어뎌 내 일이여 그리울 줄 몰랐던가
있으라 하면 임이 구태어 갔겠냐만
보내고 그리는 마음 나도 몰라하노라
젊은 날 이런 기억 하나쯤은 있지 않나? 세월 지냐 그미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그리면서. 그러나 꿈은 꿈대로 가슴에 두는 것이 좋을 듯.
진이여!
그대도 이미 떠난 정인을 그리워하지 마오. 자기 탓도 하지 마오. 뭇사람들이 다 그리 산다오. 가슴에 묻고, 머리로 그리면서.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지금까지 살아온 날을 더 살아보면 안다오. 참 그대는 38에 삶을 마쳤으니 그런 체험할 기회도 못 가졌구려. 그게 안타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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