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인생

도서관 길양이 3남매

728x90
반응형

독도에서 점심으로 밤을 깐다. '독도'는 독립운동기념관 부설도서관을 줄여 부르는 내식 표현이다. 점심 때는 늘 어싱을 하며 시간을 즐긴다. '어싱'은 땅과 하나 되는 시간이다. 독도는 이름과는 달리 맨땅을 찾기 어렵다. 흙을 밟기 위해 중앙공원 오르는 길섶으로 가야 했다. 오늘도 오솔길 옆 펜스에 자리를 잡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는 길양이는 지난번에 봤던 그 녀석이다.

길양이 3남매

녀석이 잠깐 사라졌다가 다른 두 녀석을 데리고 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내 점심은 그네들에게 줄 양식은 아니다. 밤과 귤 그리고 우유, 모두 녀석들 먹이가 못된다.

'너희들 남매간이니?'

대답할 리 없다.

'미안하다. 줄게 없구나.'

그래도 얘들은 미련을 버리지 않고 내 주위를 맴돈다. 어떤 녀석은 나무를 이용해 은폐하면서 접근했다가 멈춘다. 딴청을 부리는 두 녀석도 딴짓을 하면서도 내 동작을 훔친다.

'너희들 식성을 잡식으로 바꿔야 되겠다. 사람 가까이 사는 얘들은 가리지 않고 먹지 않니. 닭도 개도 돼지도...'

얘들과 대화를 나누다 밤 한 톨을 던지니 한 녀석이 나비처럼 기볍게 뛰어가더니만 실망하고 돌아선다. 매번 속으면서도 내손을 벗어난 목표물을 향하는 녀석들이 안쓰럽기까지 한다.

'다음에는 너희들 몫도 준비하마.'하고 아쉬움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