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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여행

어린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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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어린어버이날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듵는다. 우수가 배인 서정적 현의 울림으로 시작된 음악이 피가 끓는 듯이 바빠지면서 심장까지 쫄깃해진다. 연주자는 한수진이다. 그녀는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고운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가녀린 몸에서 어떻게 저런 박력까지 나올까 싶다.

각설하고,

어제 하루를 돌아보자.

연락이 왔었다. 금요일 저녁 시간이 어떠냐고? 당연 가능타했다. 본래는 데이터 과학 스터디가 있는 날이다. 단톡방에 'No'라고 날리고 즐거운 가족모임을 그렸다. 노대동 어디에 숯불갈비집이란다. 오후 5시면 저녁으로는 빠른 시간인데... 하면서 갔다. 7시에 예약된 방이라서 그 시간 전에 끝내려고 빨리 잡았단다. 손주도 왔다. 중2인데 내 키를 훌쩍 넘어섰다. 저번에만 해도 비슷하다 싶었는데.

주책없이 물었다. '주제'가 뮈냐고?

'어린어버이날'이란다.

그게 뭐냐고 의뭉하게 물었다.

'어린이날 + 어버이날' 기념이라고 한다. 서울서 내려온 둘째가 사온 토스트를 괜히 먹었다 싶다. 음식맛도 맛이다만 가족이 함께하는 맛은 왜 이리 좋으냐.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도 저리가라다. 뒷풀이로 안양산 수만리 카페 얘기가 나왔다. 나는 새 명소를 들먹였다. 후회하지 않을거라며 변죽을 울렸다. 제법 반응이 온다. 양림동 선교사 묘역 근처라고 하니 큰놈 짝이 가본거 같다 한다. 몇 번 말을 맞추더니만 아니라고 한다. 양림동 몇 차례 다녀왔다고 모두 봤다고  하지 마라. 이곳을 보고 '양림동 역사거리', 좀 안다 말하라. 그곳은 바로 '이이남 스튜디오'다.

이이남 스튜디오

고루고루 시켰다. 따커부터 크림케잌까지. 해도 4만원이 밑돈다. 그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8폭 병풍부터 즐겼다. 약간의 신맛이 도는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면서 금강의 4계를 본다. 비발디 4계가 배경으로 깔린다. 병풍속 광경은 아름다운 '개골산'의 펼쳐진다.눈 쌓인 금강을 '개골산'이라 하는 이유를 알겠다. 금강의 화려한 골격이 드러난 가운데 30 밀리미터의 눈이 쌓인 금강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애절하면서도 화려한 금수강산의 정수를 보여준다. 작가는 '평화기원'이라는 낙관에까지 눈을 쌓았다. 내가 적설량을 알아낸 것도 낙관에 쌓인 눈을 보고서다.


봄날 금강

겨울 금강은 넋놓고 보다가 사진 촬영도 놓쳤다. 대신 화사한 봄날 풍경을 담았다.

이이남 스튜디오 이모저모

우리는 스튜디오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멋진 모습을  배경으로 담소하는 젊은 남녀는 그대로 작품 속 작품이다. 'PIP' 그런거 말이다. 우리 가족도 스튜디오 속에서 움직이는 오브제가 되어 이리저리 움직이다. 고흐에게 말을 걸기도하고 고흐가 말년에 외롭게 지내면서 동생 태오에게 편지를 썼던 방에서 우리도 편지를 쓰다말고 구겨 던졌다.

고흐가 말년에 지낸 방
키를 재보는 박

꽃밭에 들어서기도 하고 '그림속 그림'이 돼보기도 한다. 미스테리한 복도를 걷기도하고 반시경을 돌려보기도 한다.

이이남 스튜디오에서

흐드러지게 핀 꽃들은 서로서로 말들을 날린다. 어떤 녀석은 영어를 뱉기도 하고, 순종 토종 언어를 쓰기도 한다.

야외 쉼터도 있다. 2층 쉼터 옆에는 감나무로 그늘을 만들고 오가피로 옹벽을 가렸다. 가는 냇물 소리도 들리는데 물은 없다.

야외 쉼터에서

사과는 그대로 버티지 못하고 아래가 터졌다. 그래 며칠 전 사진을 올린다. '이이남의 사과'

가짜같은 진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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