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할머니 구림댁
증조할머니는 구림댁이다. 시골에서는 '구림떡'이라 불렸다. 할머니는 '상궐댁'이다. 할머니 친정이 상궐리다. 어머니는 '유정리댁'이다. 외갓집은 장암마을 회아정인데 먼저 시집온 분 댁호가 '회아정댁'이 있어 작은외가가 있던 유정리를 댁호로 삼은 것이다.
내 아내는 '바우댁'이다. 처가 동네는 '호동'인데 당숙모 댁호가 호동댁이었다. 그래 가까운 '구림댁'으로 지었으면 했다. 선대 어른 댁호는 사용하는 것이 아니란다. 배바우, 말바우 등은 가까운 마을 이름이었다. 배바우는 호동 옆 선암의 다른 말이고, '말바우'는 광주 문흥동에서 살 때 이웃 시장이 말바우였다. 말바우의 '말'은 쌀을 계량할 때 쓰는 한자어 '두(斗)'로 변해 그 주변에 '두암동'이 생겼다. 말바우 시장을 즐겨 이용했던 아내는 앞의 '말'을 떼고 '바우댁'이 된 것이다.
이게 시골에서 댁호를 짓는 관습이다. 그 남편은 아내 댁호 따라 '~양반'이 붙어, 나는 자연스럽게 '바우양반'이 됐다. 바우와 양반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바우와 어울리는 것은 '마당쇠'다. 하긴 하는 일이 마당쇠 역할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 내 블로그 별명은 '바우네'가 됐다.
각설하고,
우리 증조할머니 구림댁이 이웃 마을 신북장이 서는 날 다릿목에서 다른 노친네들과 화투를 치고 계셨다. 영락없는 '증조할머니'는 화투패를 보시더니만 목단 껍질을 내신다. 바닥이 없어 짝으로 들어온 목단 중 껍질을 내신 게다. 고소공포를 이겨내고 어찌어찌 도착한 나를 보고도 화투에 집중하실 뿐. 옆에서 구경하던 어떤 아짐이 나를 데리고 화투판으로 간다. 꿈속에서 나는 4층 높이의 위태롭게 설치된 철계단을 더듬더듬 내려왔었다. 내려왔다기보다는 더듬거리다가 어느 순간 이동돼 화투판까지 온 것이다.
나는 주섬주섬 옷깃을 여미고 어른들 곁에서 화투 구경을 한다.
그러다 잠이 깼다.
화투놀이
요즘 재미가 났다. 스마트폰 게임 '화투놀이 고도리'로. 승률은 354승 80패. 막강한 성적이다. 판돈이 3,100만냥.
이번 패를 보니 잘만 굴리면 질 패는 아니다. 청단과 고도리를 노릴 수 있겠다. 피박과 광박은 막고 볼일이다. 이 패는 피박 피하기는 쉽지만 자칫하면 광박 쓸 수 있는 패다.
운이 따른다. 송학 광이 피사리 덕에 생겼다. 송광으로 먹지 않고 국진 구짝을 끌어온다. 송학으로 '쌀' 수 있는 리스크를 넘기는 것이다. 화투에서 '싼다'는 것은 먹은 패가 다시 까게 되는 경우다. 싸게 되면 가져오지 못하고 바닥에 둬야 한다.
바닥에 내 패가 없다. 그래 목단을 흔들기로. 같은 짝이 세 개 들리면 공개하면서 판을 두 배로 키우는 것이다. 화투 규칙은 공정하다. 불리한 대신에 어드벤티지를 주는 것이다. 목단 껍질을 냈는데 깐 패가 목단 십 끗. 결국 '따닥'이다. '따닥'이란 자신이 낸 패를 까서 다시 먹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일반적으로 상대 피 한 장을 가져오게 된다. 대단한 성과다.
결국 이것으로 승리는 결정. 국진 십을 피로 쓸 거냐고 묻는다. 피로 점수가 올라가게 되는 것을 프로그램이 읽고 권하는 것이다. '예'를 선택했더니 모두 8점이 된다.
결국 32점으로 승리하게 됐다. 피로 8점인데 흔들었기에 2배, 상대 피가 부족하여 '피 바가지'로 2배다. 계산 결과는 8점 × 4배 = 32점. 32점 승리로 1승을 올리고 내 판돈도 올라간다.
승률 355승에 80패.
다음판으로 이동하면 고도리는 계속된다. 끝내려면 홈을 눌러 다른 어플을 실행하면 된다. 끝내기 버튼은 없다. 단지 시작 중에 '설정'을 누르고 종료를 선택하면 끝난다.
도박판의 특성이다.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도박에 빠지지는 말자.
이 어플은 혼자 하는 것이기에 돈을 걸고 하는 실제 도박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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