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오유권
그의 삶은 성공적이라 볼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성공적이다.
위대한 현대소설가가 고향에서 외면받고 있다.
한수제 아래 나무 그늘에 숨은 문학비가 전부다. 그의 노봉산 꼭두말집 생가는 버려져 있고, 그가 근무했던 우체국 어디에도 소설가의 흔적은 없다. 우체국 옆 시립도서관에도 소설가를 기억할 공간은 없다.
그의 소설 '이역의 산장'을 원작으로 만든 1993년 영화 '만무방'은 1994년 제32회 대종상 6개 부문을 석권했건만, 소설가의 공헌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소설가 고향에서조차 그의 기억들이 지워지는데 말해 무엇하리.
소설가 오유권이 학벌이 좋았고 제자들이 많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초졸이 전부였고 독학으로 문학 공부를 했다. 그에게 소설은 인생의 전부였다.
소설가 오유권에게 빛을
그에게 빛을 줄 수 있다면 바로 그가 태어나고 소설을 썼던 우리지역의 후배들일 것이다. 다행히 '옛 나주극장 추억 찾기' 프로젝트가 있다하니, 오유권 소설 '이역의 산장'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만무방'으로 실마리를 열면 어떨까 싶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토속 나주인들이다. 농사를 짓던,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그들은 60년대 나주인들이다. 교통과 통신이 요즘같지 않던 느린 사회의 나주인들은 다른 지역과 많이 다르다. 사투리가 다르고 음식문화가 다르고 하고 다닌 품새가 달랐다.
이번 '추억 찾기' 프로젝트에서 잊혀져 가는 우리지역 큰 소설가 오유권의 기억을 되살렸으면 싶다. 초졸 이후 근무했던 학교급사 모습도 기억하고, 우체국에 무전으로 전보 때리는 그의 모습을 그렸으면 싶다. 소설 쓰다 막혀 노봉산에 올라 홍수로 덮힌 영산강과 나주평야를 내려다보는 소설가를 기억하고, 홍어냄새가 눅진한 영산포 선창과 시장에서 팥죽 장사와 흥정하는 장난기 많은 소설가 모습도 그렸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체국에 조그만 오유권의 전보 때리는 모습이 생기고, 옆 시립도서관에 오유권 기념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
'구 나주극장'에 요즘 유행하는 미디어아트로 영화 '만무방'과 소설 '이역의 산장'이 콜라보를 이룬 작품이 하루종일 디스플레이되면 좋겠다.
노봉산의 그가 태어난 생가가 복원되어 그의 집필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그가 깨알같은 글씨로 필사했다는 그의 공책을 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가장 바라옵기는 소설가 오유권이 고향에서 외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가 같은 나주인이라는 것이 후손들의 자랑이 됐으면 좋겠다.
'즐거운 인생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13년 영산포 (0) | 2022.07.18 |
---|---|
그날 2 (2) | 2022.07.10 |
드디어 그날이다 (1) | 2022.07.01 |
전일245 시민갤러리 대관 사용료 (0) | 2022.06.07 |
5.18민중항쟁 사적지 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1) | 2022.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