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비가 오신다.
할머니는 늘 자연 현상을 말씀하실 때는 존칭을 썼다.
위의 경우도 '비님이 오신다.'고 하셨다.
비님이 오시니 1시 약속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 만나기를 원해 문화전당 팽나무 아래로 약속을 잡았었다.
비님이 오시니, 나갈 수도 없고...
'산수옥 모밀 이야기'에서 온모밀로 점심은 때우고 아래 카페에서 냉커피를 물었다. 자그자근 씹어 넘기는 커피. 그것도 커피를 즐기는 한 방법이다. 쌉사한 커피를 한 모금씩 즐기니 한 잔이면 두 시간은 버틴다.
그들이 왔다.
예의 얍삽한 노트북도 나왔다. 내가 전에 봤던 노트북은 아니란다. 화면이 13인치의 작은 노트북이다. 영상을 돌린다. 삶과 죽음, 창조주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나에게 와닿는 주제는 아니다. 요즘 같으면 자연이나 음악 등이였더라면 관심이 더 갈텐데.....
묻는다.
내용에 대한 질문이다. 알만한 내용이라 답한다. 솔직히 알쏭달쏭한 얘기다. 성당에 다닐 때도 그랬다. 사람들이 좋아서 가긴해도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서는 늘 알듯말듯했다. 결국 신부님의 심드렁한 태도에 등을 돌렸다. 그 뒤로는 범신론자가 됐다. 부처님도, 하느님도, 비님도, 달님도 모두 믿음의 대상이 됐다. 요즘은 음악님도 그중 하나다.
며칠 전 사라장의 '마쓰네 명상곡'은 내 심연을 흔들었다. 지금도 'KBS 콩' 클래식은 배경으로 흐른다. 문화공원 매미님도 거기에 한 몫을 보탠다. 이름모를 새님은 이쪽저쪽에서 스테레오로 거든다. 지나가는 두 여인님이 '방가로 같다'라며 말을 건다. 하긴, 방자한 내 모습이 '해변가의 한때'를 즐기는 것 같으렸다.
오늘은 '중도'로 간다.
요즘, QGIS에 빠졌다. 친구 광자스님이 알려준 정보로 천천히 찾아가는 중이다.
찾아가면서 놀래기를 몇 번 했다.
이런 것이 '신 세계'다. 참, '신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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