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영산포 사진
향토 지리에 애정이 많은 김경수 박사가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사진은 정박 중인 배 한 척과 운항 중인 배가 담긴 영산강 흑백 사진이다. 변색이 심해 강물은 황톳빛이다. 물이 방방한 게 실제 강물도 비가 쏟아져 황톳물이지 싶다. 굽어지는 강둑과 멀리 보이는 개산(가야산)으로 봐서 영산포 등대 있는 곳에서 찍었지 싶다. 물론 1913년에는 등대는 없었다. 영산포 등대가 세워진 것은 1915년이니 이 사진이 등대 건립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 촬영된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1960년대 영산강과 선창
내가 60년대 영산포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도 영산강에는 배가 많았다. 등대 주변에 줄줄이 정박 중인 배 모습은 여느 항구나 다름없었다. 영산포 다리가 시작되는 양변은 젓 장사의 드럼통에서 풍기는 젓 냄새가 진동했다. 우리는 그곳을 선창이라 불렀다. 그곳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영강동이다. 지금처럼 비가 내리면 으레 물구경을 갔다. 물론 강변 주민들은 대피한다. 영강동이 그런 동네였다. 장난기가 넘치는 친구는 영산교의 조브장한 난간 위로 걷곤 했다. 담이 작은 우리는 생각도 못할 일이다.
오유권과 영산포
소설가 오유권은 그 당시 영산포에서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했다. 그의 소설 여기저기에 영산포 선창과 5일시장이 묘사된다. 나와는 띠동갑으로 24년 차이가 졌으니 당시 그는 30대였다. 좁은 지역사회에 그런 걸출한 소설가가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지금 밖에는 비가 억수로 온다. 이런 날이면 양철 지붕의 영산포 적산가옥은 함석을 두들기는 빗소리가 엄청났다. 게다가 천장 쥐들의 움직임도 부산했다. 일본 가옥이라 방에는 조그만 오시리가 있었다. 그곳에 내가 만든 광석라디오를 보관했다. 안테나선을 전기 소켓 한 쪽에 살짝 얹혀 놓으면 소리가 잘 잡혔다.
60년 전 일이 지금도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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