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감독 김기덕
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어려운 가정에서 학업을 할 수 없어 공식 학력이 '초졸'인 김기덕. 그는 현장에서 모든 것을 배웠다. 노동현장에서 인생 공부가 시작됐고, 유럽을 기차로 횡단하면서 유럽을 배운다. 프랑스 파리를 배회하면서 미술을 배운다. 미술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그가 파리 현장을 교실로 삼아 미술을 공부하고 그림을 그렸다.
뱀이 귀로 들어와 머리를 뚫고 나오는 나무 조각을 한다. 사슬에 팔목이 묶인 소외된 사람들을 유화로 그렸다. 그에게는 삶 자체가 학습과 창작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그가 파리에서 영화를 만난다. '양들의 침묵', 충격이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에 빠졌다. 시나리오를 쓰고 공모전에 작품을 냈다. 몇 번의 시도가 실패하고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교육원 교육을 거쳐 '무단횡단'이란 시나리오로 대상을 받았다. 그때가 1995년. 그해 저예산 영화 '악어'로 감독에 데뷔했다.
영화 포크레인
2017년 그는 영화 '포크레인'을 만든다. 자신의 각본에 이주형이 감독한 영화 '포크레인'은 광주에 투입됐던 공수부대원들이 20년이 지난 뒤 얘기를 다룬다. '우리를 왜 거기에 보냈는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한 김강일(엄태웅 분)은 5.18 당시 병장이었다. 제대 후 포크레인 기사로 생계를 꾸리는데 작업 현장에서 암매장 시신을 발견한다. 이에 자신을 옥죄는 과거 진실을 알고파 당시 부대원을 만나기 시작한다. 동료, 선임하사, 소대장 등. 그들의 삶은 정상이 아니다. 어떤 동료는 미쳐있고, 어떤 동료는 자신의 감정 조절이 안된다.
선임하사, 소대장, 중대장을 찾아 묻는다. 왜? 거기에 보냈냐고.
국회의원을 준비하는 사단장은 말한다. '까라면 까는 것이 군'이라고.
답이 없다. 그의 포크레인은 돌다 지쳤다. 김강일도 돌다 지친다. 보는 나도 지쳤다. 그리고 감독도 지쳤다. 그는 먼 이국땅에서 마지막을 마쳤다. 그의 성장 과정만큼 불운한 마지막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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