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색과독서

시가 찾아오는 아침

728x90
반응형

시가 찾아오는 아침

시가 나를 찾아왔다.

어떤 시인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인류 미래의 희망이 되는 세 기지 발명이 있단다. '1. 시, 2. 도서관, 3. 자전거'가 그것이다. 시는 미디어의 변천과 더불어 다양한 장르로 발전했다. 도서관도 문화 센터 구실을 톡톡히 한다. 자전거도 코로나 사태를 맞으면서 이용자가 늘었다. 게다가 간단한 전지 연결로 거듭나고 있다.

'희망도서바로대출서비스'를 이용했네, 하시며 시(詩)와 이야기(說)가 엮인 책 '인생의 역사'를 권하는 선배님이 계신다. '이것만 봐' 콕 집어 한강의 시를 추천하신다. 표지를 열었더니,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라고 시작한다.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이 '시...'였지만, 첫머리는 '인생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말이다.'가 처음이다.

시는 길지 앓은 행과 연에 인생을 담는단다. 인생도 행과 연으로 이루어졌다고.

신형철의 책 '인생의 역사'에서

작가 한강의 서시

선배가 추천한 149페이지를 폈다.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나에게 말을 붙이고/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내가 마음에 들었니,라고 묻는다면/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오래 있을 거야."

라고 '서시'가 펼친다. 신형철은 '인생의 역사'에서 운명을 의인화했다는 것과 동료처럼 대했다는 점을 크게 쳤다. 그리고 '서시'라는 이름과 달리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의 제일 마지막에 있단다. 처음과 마지막은 다르면서도 같은 것인가? 여하튼 선배의 의도가 어렴풋이 잡히는 듯도 하다.

운명을 친구처럼 만난 시인을 소개한 선배의 깊은 속을 되씹고 씹으면서 내가 시를 만난 썰을 풀어보련다.

정지용의 '향수'와 김춘수의 시 '꽃'

나의 경우는 시가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내가 시를 찾아갔다. 사회과학 전공인 내가 국문과 '현대시론'을 도강했다. 당시 교수는 정지용의 시를 소개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유신 긴급조치하의 당시는 정지용의 시는 금지된 시였다. 해금이 된 것은 그로부터 십여 년 후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그전까지는 다른 세계에 있던 시가 김춘수의 '꽃'을 통해 다가왔다. 당시 교재가 김춘수의 '현대시론'이었다. 그때에야 나는 시를 부르게 됐다. 물론 가끔. 아니, 아주 가끔!

도서관에서 빌린 김춘수 시집

서두에 말했듯이 인류 미래 희망 세 가지 중 하나가 '시'라 했다. 살날이 산날에 비해 많지 않은 지금, 후세를 위해서라도 세 가지 희망을 가까이하련다.

그 실천이다.

자전거로 도서관을 오가는 내 가방에는 시집 한 권이 담겨있다.

반응형

'사색과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유권 단편] 참외, 1955년  (182) 2023.10.23
AI와 대화  (4) 2023.02.13
에어컨 2도 올리고, 전기 5분 꺼봐요  (1) 2022.08.22
와망 명상법  (4) 2022.05.11
아! 훌륭한 대한민국 어버이들  (5) 202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