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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와 명월
벽계수(碧溪水)는 풀어보면 푸른 계곡 물입니다. 명월(明月)은 밝은 달입니다. 리(裏)는 '속'이니 청산 속 흐르는 물과 밝은 달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셈이네요. 아니, 명월이 여유 없이 흘러가는 벽계수에게 옆구리를 찔러보는 셈이네요.
'어이, 벽계수!'
'그리 서두를 필요 있나? 청산을 이리 밝히고 있는 보름달이 있는데, 좀 쉬면서 놀다 가면 안 돼?'
벽계수는 말없이 흘러만 갑니다.
황진이 시조, 청산리 벽계수야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렵나니
명월이 산에 그득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계곡물이 흘러 흘러가는 곳은 바다.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할 길을 왜 그리 서둘러 가는 게냐. 확실히 황진이는 건방기가 상당합니다. 나를 두고 네가 그리 쉽게 갈 수 있나 보자는 것 같습니다.
전해오는 얘기로는 건방기가 넘치는 왕족 벽계수를 농치느라 지은 시라는데 말 좋아하는 사람들 스토리텔링 같습니다. 청산 속 명월과 계수의 사랑과 인생을 노래하는 즐거운 시조 아닐까요?
읊조리면 흥이 돋는, 그런 노래. 요즘 유행하는 BTS 노래 정도 되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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