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구, 병산육곡(제4수~제6수)
[제4수]
공산리 져 가는 달에 혼자 우는 저 두견이
낙화 광풍에 어느 가지에 의지하리
새들아 한탄하지 마라 나 또한 설워하노라
[제5수]
저 까마귀 쫓지 마라 이 까마귀 쫓지 마라
숲 속에 차가운 안개에 날마저 저물거늘
어여뿔사 날아가는 고봉이 갈 바 없어 하노나
[제6수]
서산에 해 져 간다 고깃배 떴단 말인가
낚싯대 둘러메고 십 리 장사 내려가니
연화수삼 작은 어촌이 무릉인가 하노라
광풍이 몰아옵니다. 가지는 찢어지고 잎사귀는 날립니다. 두견은 어느 가지에 몸을 둘지 모릅니다. 태풍이 몰아오는 것 같습니다. 자연 속에 떠돌던 새들이 어디에 몸을 틀지 몰라합니다. 시인도 새들과 마찬가지 심정입니다. 자연을 벗하기에는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는 듯합니다. 뭔가 미련이 남아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제3수에서 북창을 통해 먼 하늘을 봤을까요?
이 까마귀, 저 까마귀 좇지 말라합니다. 숲속은 차가운 안개가 가라앉습니다. 날은 저물고 맘껏 날 수 있는 봉황마저 어디 갈 줄 몰라한다고 시인은 봅니다. 시인의 심정이 담겨있지 싶습니다. 몸은 병산에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을까요? 아니면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이 괴로울까요?
광풍이 휘몰아가고 차거운 안개 머금은 암울한 시간도 지났습니다. 서산에 해 지고 고깃배가 떴습니다. 대로 만든 낚싯대를 둘러메고 십리나 펼쳐진 모래사장을 걷다가 뒤를 돌아봅니다. 멀리 병산이 안개에 가려 산수화 한 폭이 됐습니다. 몇 채 보이는 어촌 풍경이 '무릉'으로 보입니다. '그래, 맞아! 여기가 무릉도원이지!' 시인은 이렇게 여섯 노래를 마감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왜 갈등이 없겠습니까? 시인도 이런 저런 생각에 휩싸일 때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고향 주민들과 함께 좋은 풍습을 공유하면서 좋은 고을을 만드는데 왜 성가신 일이 없겠습니까. 그런다고 다 쫒고 나면 누가 남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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