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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독서/교양도서

[시조] 권섭, 독자왕유희유오영(獨自往遊戱有五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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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섭, 독자왕유희유오영(獨自往遊戱有五詠)

 
'홀로 독(獨), 스스로 자(自), 갈 왕(往), 놀 유(遊), 놀 희(戱), 있을 유(有), 다섯 오(五), 읊을 영(詠)'
 
훈과 독을 풀어놓으니 의미를 알 듯합니다.

혼자 놀러 갔고 그 과정을 다섯 수로 읊었습니다. 친구들에 대한 서운함도 담아.

권섭(1671~1759)

권섭은 1686년, 16세의 나이에 경주이씨 이세필의 딸과 결혼했습니다. 그는 14세에 아버지를 잃은 권섭은 큰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으며 학문을 수학하였습니다. 어릴 때, 외숙인 이의현(영의정을 지냄)과 처남인 이태좌(좌의정을 지냄)와 함께 공부했습니다. 시사에 관심을 갖게 되어 송시열과 관련한 사건으로 주변 인물들이 겪는 어려움을 목격하자, 권섭은 그 이후로는 문필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전국의 명승지를 여행하며 보고 겪은 경험들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그의 대표 작품에는 옥소집(玉所集)이 있습니다.
 

권섭의 시조, 독자왕유희유오영


[제1수]
벗님네 남산에 가세 좋은 약속 잊지 마오
익은 술 점점 쉬고 지진 꽃전 상해 가네
자네가 안 가면 나 혼자인들 어떠리

[제2수]
어허 이 미친 사람아 날마다 흥에 겨워 디닐까
어제 곡성 다녀와서 또 어디를 가자는 말인가
우리는 중시 급제하여 좋은 일 하려 보려네
 
[제3수]
저 사람 믿을 거 없다 우리끼리 놀아보자
복건 쓰고 미투리 신고 실컷 다니다가
돌아와 유랑기 지어 후세에 전하리라

[제4수]
우리도 갈 힘없다 숨차고 오금 아파서
창 닫고 더운 방에 마음껏 퍼져 있어
배 위에 아기들을 치켜올리며 사랑해 보려 하노라

[제5수]
벗이야 가거나 말거나 남들이 웃거나 말거나
좋은 시절 아름다운 풍경을 남이 말린다 아니 보겠나
평생의 이 좋은 기분을 실컷 펼치고 오리라

먼저 제안합니다. 놀러 가자고. 익은 술 쉬기 전에 준비된 화전 가지고. 그런데 친구가 매몰차게 거절합니다. 공부해서 과거부터 합격해야지, 하면서. 하긴 어제 '곡성'을 다녀왔다면 거절할 만하네요.

다른 친구에게 제안합니다. 놀러 가서 즐겁게 보내고 그 후기 써서 후세에 남겨보자고. 제법 건전한 제안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도 거절입니다.  숨차고 오금 저려 못 가겠다고. 배 위에 아이 올려 사랑놀음(?)이 낫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홀로 놀러 갑니다. 독자왕유희(獨自往遊戱)는 이렇게 태어났습니다. 동무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출발하는 소풍입니다. 좋은 시절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칠쏘냐. 공부도 가족과의 행복도 벗어나 좋은 기분 실컷 펼치겠다고.

시인의 '일상 탈출'입니다.

달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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