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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독서/교양도서

[시조] 위백규, 농가구장(農歌九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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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백규, 농가구장(農歌九章) 3

원문 가까이

옮기다 보니 존재 위백규의 시조는 한꺼번에 읽어야 맛이 있지 싶어요. 원문에 가깝게 읽어 보시게요.

[제1수]
셔산의 도들볏 셔고 구움은 느제로 내다,
비 뒷 무근 풀이 니 밧시 짓터든고,
두어라 차례지운 닐이니 매는 대로 매오리라

[제2수]
도롱이예 홈의 걸고 뿔 곱은 검은 쇼 몰고,
고동플 뜻 머기며 깃믈 갓 나려갈 제,
어데셔 픔 진 볏님 함끠 가쟈 하난고

[제3수]
둘너내쟈 둘너내쟈 긴 차골 둘너내쟈,
바라기 역고를 골골마다 둘너내쟈,
쉬 짓튼 긴 사래 마조잡아 둘너내쟈

[제4수]
땀은 듯는 대로 듯고 볏슨 쬘 대로 쬔다,
쳥풍(淸風)의 옷깃 열고 긴파람 흘리 불 제,
어데셔 길 가는 소님네 아는 다시 머무난고

[제5수]
행긔예 보리 마오 사발의 콩닙체라,
내 밥 만할셰요 네 반찬 젹글셰라,
먹은 뒷 한숨 잠경이야 네오 내오 다할소냐

[제6수]
돌아가쟈 도라가쟈 해 지거단 도라가쟈,
계변의 손발 식고 홈의 메고 돌아올 제,
어듸셔 우배초젹(牛背草笛)이 함끠 가쟈 배아난고

[제7수]
면홰난 세 다래 네 다래요 일읜 벼난 피난 모가 곱난가,
오뉴월이 언제 가고 칠월이 반이로다,
아마도 하나님 너희 삼길 제 날 위하야 삼기샷다

[제8수]
아해는 낙기질 가고 집 사람은 저리채 친다,
새 밥 닉을 따예 새 술을 걸러셔라,
아마도 밥 들이고 잔 자블 따여 호흠(豪興) 계워 하노라

[제9수]
취하노니 늘그니요 웃는이 아희로다,
흐튼 슌배 흐린 술을 고개 수겨 권할 때여,
뉘라셔 흐르쟝고 긴 노래로 차례 춤을 미루난고
 

위백규 시조, 농가구장 제7장부터 제9장까지

역시 원문이라야 맛이 삽니다. 당시 정서에 젖어 당시를 음미할 수 있네요. 그래도 하던 끝이라 7장부터 마지막까지 요새식으로 읊습니다.

줄 맞춰 심은 모가 곱게 올라온 초여름도 가고 7월도 절반이 갔습니다. 음력 7월이면 요즘으로 따지면 8월 중순쯤입니다. 아이는 한가롭게 낚시질 가고 아내는 절이김치를 만듭니다. 산천과 논밭에 나는 모든 것이 음식 재료입니다. 익힌 술이 있어 안주로 오이와 부추 등을 넣어 절이채를 만드나 봅니다.

술상을 봤습니다. 나이 들어 농사일을 거들지 못한 방죽안 어르신이 막걸리 한순배를 하시고 수염을 쓰다듬습니다. 어느새 왔는지 낚시질로 얻은 참붕어 몇을 풀꾸러미에 꿰어 오다가 웃습니다. 노년과 소년은 나이차를 넘어 낚시동호인이거든요.'''방죽안 하내, 오늘 씨알은 굵어요. 호박 넣고 쪄올게요.' 하며 헤벌레 웃는 모습이 이쁩니다. 이때다 하고 니타 난 게 다도댁 장구입니다. 발을 이리저리 모아가면서 남도 가락을 뽑습니다. 오른팔을 뻗치는 춤사위가 예술입니다.

[제7장]
면화는 서너 다래 이른 벼는 모가 곱네
오뉴월이 언제 가고 칠월이 반이로다
아마도 하늘이 너희 삼길 제 날 위해 삼기셨다
 
[제8장]
아이는 낚시질 가고 집사람은 절이채 친다
새 밥 익을 때에 새 술을 거르리라
아마도 밥 들이고 잔 잡을 때 흥겨워하노라
 
[제9장]
취하는 이 늙은이요 웃는 이 아이로다
잔 돌리는 막걸리를 고개 숙여 권할 때에
뉘라서 장구에 긴 노래로 차례 춤을 미루는고

우리의 농촌은 힘들었지만 같이 어울려 서로 힘이 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산업화는 그런 풍속을 깔끔하게 접었습니다. 새참으로 중국집 철가방이 오토바이 타고 날라오고 정심은 휴게소 뷔페로 해결합니다. 품으로 빌려주고 품으로 받던 시절은 옛 얘기가 됐습니다. 일은 정시에 시작하고 끝나면 계좌이체로 정산합니다. '이체가 완료 됐습니다'라는 문자를 보고 샤워를 끝내고 에어컨 아래서 잠드는 것이 오늘입니다.

달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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