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허균
허균은 조선시대 첨지중추부사, 형조참의, 좌참찬 등을 역임한 문신이자 문인이다. 1569년(선조 2)에 태어나 1618년(광해군 10)에 사망했다. 어려서부터 글솜씨가 뛰어났고 학문은 유성룡에게, 시는 이달에게 배웠다. 명 사신 접대에 종사관으로 기용되어 문장으로 이름을 떨쳤으며, 명나라에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광해군 즉위 후 대북파에 가담하여 폐모론을 적극 주장했다. 유학 외에 불교와 도교 등에도 깊은 관심을 보인 비판적 개혁사상가로서 여러 이론을 개진했고, 사회모순을 비판한 소설 '홍길동전', '한정록' 등의 작품을 남겼다.
홍길동전 내용
허균이 '홍길동전'을 지었다는 기록은 이식(李植)의 '택당집(澤堂集)' 별집(別集) 권 15 '산록(散錄)'에 전한다. 이를 근거로 하여 허균을 '홍길동전'의 작자로 여겨왔다.
그러나 '택당집'의 기록은 이식의 사후(死後) 송시열(宋時烈)이 교정(校正)·편찬(編纂)한 것이어서 그 신빙성이 떨어지며, 허균이 처형될 때의 죄목에 이 작품을 지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홍길동전'의 작자가 허균이 아닐 것이라는 의문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허균은 '엄처사전(嚴處士傳)'·'손곡산인전(蓀谷山人傳)'·'장산인전(張山人傳)'·'남궁선생전(南宮先生傳)'·'장생전(蔣生傳)'과 같은 한문소설을 여러 편 지어, 실존한 방외인(方外人)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또한 뛰어난 지략을 갖고 있는 인물이 등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하거나, 백성들을 수탈하는 지방 수령들을 응징하는'홍길동전'의 주요한 내용은 허균의 생각이 압축되어 있는 '유재론(遺才論)'·'호민론(豪民論)' 등에 잘 나타나 있다.
따라서 택당의 기록을 부정할 수 있는 실증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 한 허균이 '홍길동전'을 지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현재 전하는 '홍길동전'에 17세기말에 실재했던 인물인 장길산(張吉山)이 언급되는 점 등으로 볼 때,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 그대로의 모습이 아닐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홍길동전'의 원본은 아직 발견된 바 없다.
'홍길동전'이 형성된 배경으로 '수호전(水滸傳)'·'서유기(西遊記)' 등 중국소설과의 영향관계가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부분적인 삽화나 인물유형의 공통성은 인정되지만, 두 작품 사이의 전반적이고 직접적인 영향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에 따라 연산군(燕山君) 대의 홍길동(洪吉同), 명종(明宗) 대의 임꺽정(林巨正), 선조(宣祖) 대의 이몽학(李夢鶴), 광해군(光海君) 대의 칠서(七庶) 등 국내의 역사 사실에서 '홍길동전'의 사건, 인물 형성의 배경을 추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의 국내적 형성배경으로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실재 인물 홍길동의 전(傳)이라고 할 수 있다.
홍길동전 서사
주인공 홍길동은 조선조 세종 때 서울에 사는 홍판서의 시비 춘섬의 소생인 서자(庶子)이다. 길동은 어려서부터 도술을 익히고 장차 훌륭한 인물이 될 기상을 보였으나, 천생(賤生)인 탓으로 호부호형(呼父呼兄) 하지 못하는 한을 품는다. 가족들은 길동의 비범한 재주가 장래에 화근(禍根)이 될까 두려워하여 자객을 시켜 길동을 없애려고 한다.
길동은 위기에서 벗어나자, 집을 나서 방랑의 길을 떠나 도적의 두목이 된다. 길동은 기이한 계책으로 해인사(海印寺)의 보물을 탈취하였으며, 그 뒤로 활빈당(活貧黨)이라 자처하여 기계(奇計)와 도술로써 팔도 수령들의 불의(不義)의 재물을 탈취하고 빈민에게 나누어줌에 백성의 재물은 추호(秋毫)도 다치지 않는다.
길동이 함경도 감영의 재물을 탈취해 가자 함경 감사가 조정에 장계(狀啓)를 올려 좌·우포청으로 하여금 홍길동이라는 대적(大賊)을 잡게 한다. 이에 우포장 이흡(李洽)이 길동을 잡으러 나섰으나 우롱만 당하고 만다.
국왕이 길동을 잡으라는 체포령을 전국에 내렸으나 호풍환우(呼風喚雨)하고 둔갑장신(遁甲藏身)하는 초인간적인 길동의 도술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조정에서는 홍판서를 시켜 회유하고 길동의 형인 인형도 가세하여 길동의 소원대로 병조판서를 제수한다. 길동은 서울에 올라와 병조판서가 된다.
그 뒤 길동은 고국을 떠나 남경(南京)으로 가다가 산수가 수려한 율도국(硉島國)을 발견한다. 요괴를 퇴치하여 볼모로 잡혀온 미녀를 구하고 율도국왕이 된다. 마침 아버지가 죽자 부음(訃音)을 듣고 고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삼년상을 마치고 다시 율도국으로 돌아가 나라를 잘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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