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설기 중 '삼사횡입황천기'
1848년 판각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본 '삼설기'에 실린 글인 '삼사횡입황천기'는 조선 후기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국문 소설이다. 야담과 설화 및 민요가 소설로 진행되는 과정으로 '삼설기'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 최초에 '삼설기'는 상·하 두 권으로 출판됐다. '삼사횡입황천기'는 상권에 실려 있었다.
내용
세명의 선비가 술을 먹었다. 고주망태가 된 세 선비를 저승사자가 지부로 잡아가게 된다. 지부에 이른 세 선비는 최판관에게 자기들이 애매하게 잡혀 오게 된 것에 억울함을 호소한다. 최판관은 생사치부책을 조사해 보고 십 년 뒤에 잡아올 사람을 미리 잡아왔음을 발견한다. 염라대왕이 이 사실을 알고 세 선비를 다시 지상계로 내보내도록 명한다.
한편, 자기들이 억울하게 염라국에 들어오게 된 것을 안 세 선비는 자신들이 죽은 지가 오래되었으니 혼백을 어디에 붙일 것이냐 하며 발악을 한다. 3인은 자기들의 소원대로 해 달라고 하고는 그렇지 않으면 지부의 부정한 처사를 상제께 고발하겠다고 했다. 염라대왕은 어쩔 수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첫째 선비는 세상에 남아로 태어나 용맹이 뛰어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아울러 선비가 지녀야 할 팔절(八節)을 다 구비하고 또한 천지도수를 안 연후에 여러 병법을 통달하고 과거에 올라 대장군에 이르러 천병만마를 지휘할 인물이 되기를 원한다.
둘째 선비는 명가 자제로 태어나 신선과 같은 풍모의 선비로서 경서를 널리 봐 일대에 문장이 뛰어남을 원한다. 이어서 암행어사 겸 팔도순문사로 백성들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 한다.
이에 염라대왕은 두 선비의 소원대로 시행하되 각별히 좋은 날로 가려 인간에 환도하도록 했다.
셋째 선비는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효행예절을 익히며 올바르게 성장하여 부모에 효도하고 명당에 초당을 지어 세상영욕을 물리치고 강호지락을 즐기면 한가하게 살기를 원한다. 더불어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내외손이 번창하고 친척 간에 화목하게 지내며, 몸에 병 없이 살다가 천수를 다하는 것이 원이라고 했다. 이에 염라대왕은 대로하여 욕심이 많고 말할 수 없이 흉악한 놈이라 꾸짖고 성현군자도 하지 못할 일을 모두 다 달라하니 그 노릇을 임의로 할 양이면 염라왕을 내놓고 자기 스스로 하겠다고 말한다.
첫째 선비는 무관으로, 둘째 선비는 문관으로 출세하여 영화를 누리며 살기를 소망한다. 두 선비의 소원은 일반저그로 조선 사대부들이 꿈꾸는 환상적인 삶이다. 염라대왕은 두 사람의 소원은 들어주라고 명한다.
반면 셋째 선비의 소원에 대해서는 다른다. 셋째 선비는 좋은 가문에서 출생해 효행예절을 익혀 올바르게 성장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다가 강호지락을 누리며 살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염라대왕은 욕심 많은 놈이라며 호통치고 그것은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강호에서 유유자적하고 풍류를 즐기는 삶은 염라조차 이루어 줄 수 없노라는 것을 말한다.
앞 두 선비의 소원은 지극히 현실적인 소원이었으나 셋째 선비의 소원은 소망하기는 쉬우나 이룰 수는 없는 소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 권세나 부귀공명은 이룰 수는 있으나 헛것이고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요건을 여유롭게 갖춘 후 강호의 즐거움을 누리며 평화롭게 사는 것은 진정한 행복이라는 작가 의식의 반영이다.
정리
'삼사횡입황천기'는 불교 환생설화를 한국적인 행복관과 결부해서 본 전기소설(傳奇小說)로 볼 수 있다. 또한 당시 한국인이 생각하고 있는 행복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 좋은 본보기가 된다. 즉, 최치원 이래 현묘지도(玄妙之道)라고 일컫던 '신선사상'을 한국인이 얼마나 동경하고 있었던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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