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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독서/교양도서

[고전] 향가(鄕歌), 신라에서 고려로 이어지는 우리의 옛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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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의 개념과 변천

향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몇 가지 기본적인 사실들을 떠올립니다. 이는 향가가 향찰로 표기되었으며, 삼국시대 말경부터 고려 전기까지 우리나라에서 널리 향유되었고, 4구체, 8구체, 10구체 형식을 갖춘 우리말 노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향가 연구는 이러한 상식적 이해를 바탕으로 더욱 깊이 있는 분석과 이해를 추구해 왔습니다.

 

향가에 대한 명칭 논란은 그 시작부터 있었습니다. 신라시대에 '향가'라는 용어는 일반적인 '우리 노래'를 의미하는 보통명사였습니다. 그러나 근대 이후에는 향찰로 표기된 신라의 특정 정형시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변모하였습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향가는 25, 26수에 불과하기에, 신라 당시의 보다 넓은 향가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는 향가의 개념을 이론적으로 모호하게 만들어, 막연한 추정에 불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근대 이후의 향가 개념을 사용하되, 이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혁연정의 '균여전'의 예경제불가

향가의 형식과 분류

향가의 형식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합니다. 4구체, 8구체, 10구체 형식은 '삼국유사'나 '균여전'에 수록된 원문과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4구체 향가는 원래 3분절로 제시된 작품을 재구성한 것이며, 10구체 향가는 원문에서 11분절로 제시된 작품을 수정하여 만든 것입니다. 또한, 8구체 향가는 그 형식을 하나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여, 향가를 4구체 계열과 10구체 계열로 체계화할 수 있습니다.

 

민요에서 영감을 받은 4구체 계열의 민요계 향가와 창작시의 전통에 기반한 10구체 계열의 사뇌가계 향가는 각각 다른 특성을 지닙니다. 민요계 향가는 새로운 맥락에 맞게 전이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사뇌가계 향가는 서정시의 정연한 형식을 구현하여 완결된 시편을 이룹니다.

향가의 역사적 흐름

향가는 삼국시대 말인 6~7세기에 형성기를 맞아하였고, 통일신라 시기인 8~9세기에 전성기를, 고려 전기인 10~12세기에 쇠퇴기를 맞이하였습니다. 형성기에는 기층민과 상층 지식인 사이의 구분이 뚜렷했으나, 전성기에는 이러한 구분이 완화되었습니다. 쇠퇴기에는 대중적 호소력을 잃고 임금이나 승려 등 특수한 계층의 이념을 대변하는 역할로 그 위상이 축소되었습니다.

 

향가의 발전과 변화는 당시 사회, 문화적 배경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형성기에 향가가 기층민과 상층 지식인 사이의 구분을 통해 나타난 것은 당시 계층 간의 문화적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진행됨에 따라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완화되고, 더 넓은 향유층으로 향가가 확산되면서 향가는 한층 더 다양한 사회 계층에 의해 즐겨지게 되었습니다.

 

전성기에 이르러 향가는 통일신라의 사회적,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시기의 향가는 단순한 노래 이상의 것이었으며, 사회적 가치, 정치적 메시지, 민족적 정체성을 담아내는 매체로서 기능했습니다. 이는 향가가 당시 사회에서 중요한 문화적, 정치적 역할을 담당했음을 의미합니다.

향가의 쇠퇴와 사회적 의미

그러나 고려 전기에 접어들면서 향가의 쇠퇴는 불가피했습니다. 새로운 문화적, 사회적 흐름과 외부로부터의 영향이 증가하면서 향가의 대중적 호소력과 사회적 위상은 점점 축소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향가는 더 이상 넓은 대중에게 호소하는 대신, 특정한 계층의 이념과 정신을 대변하는 역할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향가가 단순히 문학적 가치를 넘어, 당시 사회의 변화와 문화적 전환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로 기능했음을 보여줍니다.

 

향가의 역사와 변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신라와 고려 시대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생활, 가치관, 정서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향가는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전달해 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와 의미는 시대를 거듭할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향가를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오늘을 비추어 볼 때, 우리는 한국 문화의 깊이와 풍부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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