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영화, 연인들
그래서 시작이 같았구나. 발레 '공원'과 영화 '연인들'이.
사랑을 찾아 떠나는.
'사랑의 지형도'로 시작되는 프랑스 발레 '공원'. 그리고 1958년 프랑스 영화 '연인들'. 발레에서는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을, 영화에서는 브람스의 현악6중주를.
두 작품 모두 남녀의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발레는 정원사들이 사랑의 조련사로 나선다.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손을 잡고 떠난다. 남편과 친구, 그리고 애인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손을 잡고 길을 나선다.
참, 애인을 두고 떠난다고......
그렇다. 하룻만에 눈뜬 새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고 일과 허세로 뭉친 남편과 메기의 주선으로 만난 스포츠를 즐기는 연애 천재 라울을 떠난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새로 만난 '사랑의 기쁨'을 알려준 새 연인 버나드와 같이 떠난다. 딸에게는 굿바이 키스를 남기고.
쟌느!
사랑스런 이 여인을 부정한 여인이라고 욕을 해야 하나, 사랑스럽다고 칭찬을 해야 하나. 결혼 8년 만에 찾아온 파문.
앙리!
그도 눈치를 챘다. 파리에 자주 가는 아내가 바람기 많은 메기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싫어한다.
라울!
그는 폴로와 사격을 좋아하며 놀이공원과 댄스파티를 통해 쟌느를 기쁘게 한다.
그러던 어느날.
파리에서 디종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가 멈춘다. 고장차를 수리하려는데 방법이 없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오가는 차에 구조를 청한다. 그러나 멈추는 차는 없다. 그러다 만난 고물차를 모는 고고학자 '버나드'
그는 따뜻하고 다감한 남자였다. 친구 교수가 아파 그냥 나오지 못하고 한참을 얘기하다 나선다. 몽바르를 들려 교수를 잠깐 만난다는 것이 45분을 끌었다.
쟌느 집 코너를 돌면서 버나드의 '시체 두명이 의자에 앉아 있고, 큰곰이 우리를 보는군요'에 빵터지는 쟌느,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계속 웃는다. 어찌나 많이 웃었던지 숨까지 찬다.
피할 수 없는 운명
디종 저택에는 묘한 조합의 1박이 시작된다. 쟌느, 앙리, 메기, 라울 그리고 버나드. 버나드는 저택의 저녁을 느끼려 주변을 산책한다. 달빛이 부서지는 시골 저택은 흑백 화면에서도 빛난다. 생각지도 않았던 두 남녀는 말을 섞기 시작한다. 하늘, 달빛 그리고 시골집. 남자는 좋아서, 여자는 싫어서.
묘한 대화는 물방아간으로 이어지고 와인잔이 살포시 부딪히고 손이 손을 덮는다. 그리고 잔느를 얽고 있던 모든 속박이 풀린다. 수치심은 멀리 갔다.
두 남녀는 저택 옆의 냇가 조각배를 달빛 맞으며 밀회를 즐긴다.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은 앙리가 즐겨 듣는 브람스의 현악6중주가 흐른다. 버나드와 쟌느는 발레 '공원' 3막이 조각배 무대에서 펼쳐진다. 이 광경을 이 집 개 달마시안은 알고있다. 앙리는 문을 열어본들 눈치나 챘겠나?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운명은 시작됐다.
'연인들'이다.
한시도 떨어질 수 없는 연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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