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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독서/교양도서

[시조] 윤선도, 어부사시사 여름(夏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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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도, 어부사시사 여름(夏詞)

 
[하사 1]
궂은비가 멎으면서 시냇물이 맑아 온다
  배 띄어라 배 띄어라
낚싯대를 둘러매니 기쁜 흥이 절로 인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안개 쌓인 강에 겹겹 쌓인 산은 누가 그렸는고

[하사 2]
연잎에 밥은 싸고 반찬일랑 장만 마라
  닻 올려라 닻 올려라
삿갓은 쓰고 있노라 도롱이를 가져왔느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좇나 제가 좇나

안개 쌓인 강에 겹쳐 보이는 산봉우리들은 바로 산수화 한 폭입니다. 비는 멈추고 물은 맑아지는데, 낚싯대를 둘러매고 안개길을 걷는 시인을. 그는 많은 세파를 겪은 노년입니다. 그가 보길도에 들어와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연잎에 밥을 싸는 전통은 지금도 있습니다. '연잎밥'을 브랜드로 개발한 식당도 있습니다. 큰 연잎에 밥을 싸면 은은한 연향이 느껴집니다. 지금처럼 1회용 포장지가 없던 그 시절에 도시락 준비로는 그만입니다.

 

반찬마저 장만을 하지 말라니. 낚시로 반찬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고, 아마 담백한 식습관이 배어있지 싶습니다. 사실, 우리 전통 쌀로 밥을 잘 지으면 밥맛이 기가 막힙니다. 연잎에 쌌다는 것이 혹시 찰밥은 아닐는지요. 찰밥에 약간의 간을 하면 따로 반찬이 필요 없습니다. 아차, 시골에서는 현장에서 반찬을 바로 구할 수 있습니다. 취가 있고 산에 나는 열매도 있습니다.

 

하여튼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나들이가 아닙니다. 담백한 도시락에 더위와 비를 피할 수 있는 삿갓과 도롱이를 준비했습니다. 길 나서는 시인 곁에 갈매기가 오락가락합니다. 내가 백구를 따르는 것이냐? 아니면, 백구가 나를 따르는 것이냐? 하면서 길을 나서는 보길도의 윤선도를 그려봅니다.

달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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