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도 어부사시사, 겨울(冬詞)
[동사 3] 얕은 포구의 고기들이 깊은 못으로 다 갔구나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잠시 날씨가 좋은 때에 일터에 나가 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미끼가 아름다우면 굵은 고기가 문다고 한다.
[동사 4]
지난 밤 눈이 갠 후에 경치가 달라졌구나.
이어라 이어라
앞에는 넓은 바다 뒤에는 겹겹이 싸인 흰산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선계인지 불계인지 속세가 아니로다.
겨울입니다.
얕은 내에서는 물이 얼기에 살기가 어렵습니다. 물고기들은 얕은 포구를 떠나 깊은 못으로 삶터를 옮깁니다. 변온동물이지만 얼음 속에서는 살 수 없으니까요. 깊은 물을 대하는 어부의 지혜는 미끼에 있습니다. 미끼가 아름다우면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아마 싱싱한 미끼를 사용하면 고기들이 반길 것이다는 얘기겠죠. 고산도 이제 어부가 다 됐습니다. 사계절은 자신의 변천과 무관하지 않을 듯합니다.
주위를 돌아봅니다. 눈이 쌓여 천지가 하얗습니다. 그러나 눈이 바다를 덮을 수는 없습니다. 넓고 맑은 바다는 그대로지만 뒤로 둘러쳐진 겹겹이 둘러 쳐진 산들은 온통 하얗습니다. 이게 인간 세상이겠습니까? 선계인지 불계인지? 윤선도의 거처에는 울타리가 없습니다. '울타리가 없으니 온 천지가 내 안으로 들어온 셈'입니다. 내가 이런 얘기를 들었던 것이 43년이 됐습니다. 그때 그는 광주에서 영광까지 버스 통근을 했습니다. 울타리를 높게 올리고 살던 그가 큰 일을 당하고 울타리를 없앴다고 했습니다. 울타리가 없어지니 모든 것이 열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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