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김광욱 시조, 율리유곡(栗里遺曲)
[제14수]
황하수가 맑다더니 성인이 나시도다
초야에 뭇 어진이 다 일어났단 말인가
어즈버 강산풍월 누구를 주고 가거니
[제15수]
세버들 가지 꺾어 낚은 고기 꿰어 들고
술막을 찾으려 단교를 건너가니
그 골에 행화 날려 갈길 몰라하노라
[제16수]
동풍이 건듯 불어 적설을 다 녹이니
사방의 푸른 산이 옛 얼굴 내미노라
귀밑에 해묵은 서리 녹을 줄을 모르구나
[제17수]
최행수 쑥달임하세 조동갑 꽃다림하세
닭찜 게찜 올벼 점심은 내가 담당함세
매일이 이렇게 가면 무슨 시름 있겠는가
작은 버들가지에 낚시로 건진 고기 꿰어 주막을 찾아가는 길에 살구꽃이 날립니다. 날리는 꽃에 걸음을 멈춥니다. 술은 안중에 없습니다. 폴폴 날리는 살구꽃에 취해 그냥 주저앉을 것 같네요.
봄은 짙어 온 천지에 눈빛은 없습니다. 그러나 귀 밑으로 삐쳐 나오는 흰머리는 '가는 세월'을 말합니다. 그것뿐입니까. 얼굴에 번지는 검버섯과 목에 차오르는 쥐젖은 어쩌구요. 그래도 좋다네요. 최행수와 조동갑이 있어서 같이 쑥다림에 꽃다림에 곁들이는 닭찜 게찜이 있네요. '일상이 축제'가 된 '율리'입니다.
반응형
'사색과독서 > 교양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조] 권구, 병산육곡(屛山六曲) 1 (34) | 2023.09.03 |
---|---|
[시조] 권섭, 독자왕유희유오영(獨自往遊戱有五詠) (29) | 2023.09.02 |
[시조] 김광욱 시조, '워라벨'의 율리유곡(栗里遺曲) 3(제10수~제13수) (31) | 2023.08.31 |
[시조] 김광욱 시조, '마음을 비우라'는 율리유곡(栗里遺曲) 2(제5수~제9수) (29) | 2023.08.30 |
[시조] 김광욱 시조, 율리유곡(栗里遺曲) 1(1수~4수) (32) | 2023.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