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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욱 시조, 율리유곡
[제10수]
흩어져 어지러운 문서 다 집어던지고
필마 추풍에 채찍질하며 돌아오니
아무리 갇힌 새가 놓인 들 이처럼 시원켔나
[제11수]
대막대 너를 보니 미덥고 반갑구나
내기 아이 적에 너를 타고 다녔더니
이제는 창 뒤에 섰다가 날 뒤에 세우고 다니누나
[제12수]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어리석다
죽을 줄 알면서 놀 줄은 모르더라
우리는 그런 줄 알기에 종일 취해 노노라
[제13수]
사람이 죽은 후에 다시 산 사람 보았느냐
왔노라 한 사람 없고 돌아와도 볼 사람 없다
우리는 그런 줄 알기에 살았을 제 노노라
'워라벨'의 율리유곡(栗里遺曲)
복잡다단한 벼슬길을 떠나 고향 율리로 옵니다. 얼마나 떠나고 싶었으면 말을 몰아 왔겠습니까. 거기다가 한 마디를 더 보탰네요. 새장에 갇힌 새가 풀린 들 이렇게 홀가분하겠냐는 얘기를.
어린 시절을 불러들이군요. 죽마 타던 막대기가 이제는 지팡이 역을 맡습니다. 문 앞에 세워둔 막대를 집 나서면 그걸 벗 삼아 짚고 나갑니다.
뻔히 다 아는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 그런데 사는 동안 재밌게 놀 줄은 모른다 했네요. 놀 줄 몰라 일만 하겠습니까만은 시인은 '위라벨'을 염두에 두면 짧은 인생을 각박하게 살지는 않으리라는 얘기겠죠.
'죽어 봐라, 뭐 있겠냐' 면서 사는 동안 즐겁게 살라고 권하는 게 옛사람이 아닌 요즘 사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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