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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 사설시조, 댁들에 동난지이 사오
서민들의 상거래 풍속을 우습게 묘사했습니다. 젓을 파는 장사가 유식한 척 '게젓'을 '한자말'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폼 잡고 유식한 척하는 장사꾼에게 "야! 폼 잡지 말고 쉽게 '게젓'이라고 해라!"라고 당부하는 장 보는 사람과의 대화 내용입니다. 양반들 '척 놀이'를 풍자하고 비꼬는 얘기인데, 게를 소개하는 내용이 재밌습니다.
시장에서 실제 있었을 법한 장면입니다. 장터에 젓장수가 게를 소개하는데, 그 표현이 가관입니다. 물론 장수는 광대 수준이네요. 스스로 세상을 즐기면서 세태를 풍자하면서 즐겁게 사는 장사꾼.
- 외골(外骨) 내육(內肉): 밖으로는 뼈고, 안으로는 살
- 양목(兩目)이 상천(上天): 두 눈은 하늘로 향하고
- 전행(前行) 후행(後行):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고
- 소(小)아리 팔족(八足), 대(大)아리 이족(二足): 작은 다리가 여덟개, 큰다리는 두개
- 청장(淸醬) 아스슥하는 동난지이 사오: 맑은 장에 아사삭거리는 '게젓' 사오
한자말로 잘 나가다가 '다리'는 우리말로, 게젓을 먹을 때 나는 소리는 '의성어'로 표현합니다. 해묵은 장사꾼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상상되는 장면입니다.
[옛글]
댁들에 동난지이 사오. 져 쟝스야, 네 황후 긔 무서시라 웨난다, 사쟈.
외골(外骨) 내육(內肉), 양목(兩目)이 상천(上天), 전행(前行) 후행(後行), 소(小)아리 팔족(八足), 대(大)아리 이족(二足), 청장(淸醬) 아스슥하는 동난지이 사오.
쟝스야, 하 거북이 웨지 말고 게젓이라 하려믄.
[요즘 말]
댁들이여 동난지이 사오. 저 장수야. 네 물건 그 무엇이라 외치느냐
겉은 뼈요 속은 살이라. 두 눈은 하늘로 향하고, 앞으로도 뒤로도 가고, 작은 다리가 여덟, 긴 다리가 두 개. 맑은 간장의 아삭거리는 동난지이 사오.
장수야 거북하게 말하지 말고, 게젓이라 하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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