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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작자미상, 벽사창 밖이
벽사창(碧紗窓) 밖이 어른어른합니다. 임이 오셨나? 하고 나가봅니다. 기다리는 임은 아닙니다. 밝은 달빛에 정원이 환합니다. 가득 찬 달빛에 벽오동 나뭇잎이 흔들립니다. 화자는 이 모습이 봉황의 '깃 다듬는 모습'으로 받아들입니다. 님 그리워하는 자신이 우습게 보였을까요? 밤이었기 망정이라고......
제가 보기에는 밤에 마당 한가득 담긴 달빛을 화자는 즐기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쪽빛 물감의 비단창에 넘겨오는 그림자는 임으로 생각하기 충분한 밤 정서였을 것입니다. '임'을 마중 나가는 것처럼 반기는 환한 달빛, 그리고 마당 한켠을 차지한 벽오동. 나무 위에는 오동나무 이파리가 서로 스치는데 그 모습이 봉황 깃다듬는 소리로 느끼는 화자는 아름다운 밤 경치에 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쑥스러워 우세할 뻔했노라고 끝을 맺습니다.
[요즘 말]
벽사창 밖이 어른어른하거늘 임인가 여겨 나가 보니
임은 아니 오고 밝은 달이 뜰에 가득한데, 벽오동 젖은 잎에 봉황이 내려와 깃 다음는 그림자로다
아서라 밤이었기에 망정이지 남 웃길 뻔했노라
조선 후기 사설시조입니다. 조선 후기에는 자신의 정서와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특히 이름을 걸지 않은 사설시조에 이런 정감 넘치는 시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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