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색과독서/교양도서

[시조] 작자미상, 시어머님 며느리 미워

728x90
반응형

작자미상, 시어머님 며느리 미워

[옛글]

싀어마님 며느리 낫바 벽바닥을 구로지 마오


빗에 바든 며느린가 갑세 쳐온 며느린가 밤나모 셕은 등걸 휘초리 나니갓치 앙살피신 싀아바님 볏뵌 쇠똥갓치 되죵고신 싀어마님 삼 년(三年) 겨론 망태에 새 승곳부리고 뾰족 하신 싀누의님 당(唐)피 가튼 밧틔 돌피 나니갓치 싀노란 외곳 갓튼 피똥 누는 아들 하나 두고


건 밧틔 메곳 갓튼 며느리를 어듸를 낫바하시는고

[요즘 글]

시어머님 며느리 미워 부엌 바닥을 구르지 마오

 

빚에 받은 며느리인가 값에 쳐온 며느리인가, 밤나무 썩은 등걸에 잔가지 난 것같이 매서우신 시아버님, 볕쬔 쇠똥같이 말라빠진 시어머님, 삼 년 엮은 망태에 쇠 송곳부리같이 뽀쪽하신 시누이님, 당피같은 밭에 들피 난 것 같이 샛노란 오이꽃 같은 피똥 누는 아들 하나 두고

 

기름진 밭에 메꽃 같은 며느리를 어디를 미워하시는고

 

[해설]

왜곡된 봉건 시대 가정생활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대가족제도에서 시집살이하는 며느리 어려움을 대신 한탄하는 노래입니다. 화자는 이 집의 시어머님과 시아버님, 그리고 시누이와 남편까지 하나하나 들추어 그들 행태를 표현하는 수법이 보통이 아닙니다. 며느리가 밉다고 바닥을 쿵쿵 구르면서 다니는 시어머니. 툭하면 잔소리 늘어놓는 시아버님과 송곳 같이 뾰쪽한 말투로 속을 긁는 시누입니다. 게다가 남편은 '당피같은 밭에 난 들피 난 것처럼 샛노란 오이꽃 같은 피똥 누는 아이'라고 깝니다.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며느리에 대해서는 '기름진 밭에 메꽃' 같다고 했네요. 메꽃은 우리나라 토종 꽃으로 나팔꽃처럼 생겼지만 다릅니다. 며느리를 '메꽃'에 비유한 것은 이쁘지는 않지만 생활력이 강함을 뜻했지 싶습니다.

달리 그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