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최남선
바다가 소년에게
철~썩, 처얼~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철~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철~썩, 처얼~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철~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철~썩, 처얼~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폴레옹,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거든 오너라.
철~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철~썩, 처얼~썩, 척, 쏴~아.
조그만 산(山) 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 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철~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철~썩, 처얼~썩, 척, 쏴~아.
나의 짝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이 우리와 틀림이 없어,
적은 是非(시비), 적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 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철~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철~썩, 처얼~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膽(담) 크고 純精(순정)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철~썩, 처얼~썩, 척, 튜르릉, 콱.
* 원 시에 가까운 형식은 아래 '접은글'을 참고합니다.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 바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 바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모 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모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모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쏴......... 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던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拿破崙),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허구 겨룰 이 있건 오나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고만 산(山) 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벽 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난 자,
이리 좀 오나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이 우리와 틀림이 없어,
적은 是非(시비), 적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 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膽(담) 크고 純精(순정)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나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1908년 '소년'에 발표한 시입니다. 육당 최남선이 1890년 출생이니, 18세 어린 나이에 쓴 시로군요.
바다가 얘기합니다. 내 앞에 나설 자 누가 있느냐, 진시황제도 나폴레옹도 내 앞에서는 허리를 굽히느니라. 부자도 권세가 있는 자도 내 앞에서 까불 수는 없다 합니다.
단 하나, 벗이 될 수 있는 존재는 하늘이라고. 그런 대단한 내(바다)가 담 크고 순정한 소년들이 오면 반기겠다고 합니다. 내 품에 안기면 입맞춤하면서 반기겠노라고 합니다. 18살 어린 티가 배어있는 바다 움직임을 소리로 묘사한 리드미컬한 표현이 재밌습니다. 시와 노래가 섞인, 아직은 묵독 중심의 시가 아닌 소리 내어 부르는 '노래하는 시'의 형태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 낭송'과 맥이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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