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성의 단편소설, 우울한 기행
대학교수인 화자인 '나'는 '김현추모 문학답사'에 늦어진다. 목포를 거쳐 진도로 가는 문학기행인데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탈 수가 없었다. 학생들 진로 상담으로 늦어져서 오후 5시 30분 차로 출발하려 했다. 막성 표를 사려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5시 50분에 출발했다. 그가 전화로 확인한 시간은 역시 5시 30분 발 진도행이 맞았다. '나'는 출발부터 기분이 상했다. 마음에도 없는 진로 상담에 일행과 합류를 못한 데다 뒤늦은 출발마저 시간이 잘못돼 늦어지는 것이 자기 책임도 아니고 버스회사 잘못이니 더욱 그렇다.
그는 진도를 가는 버스편에서 자기 자리를 다른 사람이 선점해서 따로 자리를 찾아 앉는다. 옆에 앉은 진도 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진도가 예전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목적지인 '운림산방'도 공무원들의 편협한 개입 때문에 돈만 발랐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교수도 그 점에 공감한다. 최근 도농 할 것 없이 개발했다 하면 망치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게 불만이 겹겹이 쌓였는데, 기사가 길을 잘못 들었다. 스마트폰을 매만지던 기사가 진도길을 지나쳐서 목포 쪽으로 진입한 것이다. 결국 시간을 낭비하게 됐다. 기사는 우물쭈물 넘어가려하자 좀체 화를 내지 않는 이교수는 목청을 높여 크게 화를 냈다. 그래서인지 기사는 사과를 했다.
진도에 내려서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는 관광객이 줄었다고 불만이다. 세월호 탓을 하는 기사 태도에도 마음이 걸렸다. 대구도 하지 않으니 자연 기사도 말쑤를 줄인다. 택시 기사까지 이교수를 건든 셈이다. 거기다가 방문지인 진도와 운림산방도 예상대로 엉망이다. 운림산방 근처 식당에 모여 식사 후 마시는 막걸리도 이교수 심정을 건든다. 울금을 넣은 진도 특산 막걸리가 마음에 안 든 것이다. 결국 따로 일반 막걸리를 몇 순배하고 혼자서 빠져나오고 만다.
운림산방을 찾았지만 관람 시간이 끝나 전시장도 볼 수 없다. 되는 일이 없다. 외부 뜰을 걷다가 여수박람회 학술토론회 때 함께했던 지인을 만났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진실이 담겨있음을 느낀다. 세월호 참사 얘기가 나오고 삼별초 항쟁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제법 대꾸가 이어졌다. 그러다가 '운림산방 복원'으로 화제가 이어졌다. 이교수는 '고향 사람으로서 운림산방 복원'을 어떻게 보냐고 질문한다. 그는 뻔하다고 답한다. '공무원 일하는 게 뻔하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망쳤다는 결론이다. 전시작품은 어떠냐고 묻자 그도 형편 아니라고 한다.
출발부터 삐걱했던 진도 여행이었다. 물론 마지막에 만난 지인의 대화가 의기상통했지만 다음날 진행되는 '명량 해전 터' 방문 일정에 잡힌 '진도 타워' 방문은 시골 장터에서 막걸리 한 잔 하는 것이 낳을 것이라는 평을 듣는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뜬 눈으로 보낸 이교수는 결국 아침에 인사도 없이 광주로 올라오고 만다. '고향이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진도에 더 이상 있을 필요를 못 느낀 것이다.
화자인 대학교수 '나'는 조심성이 많기는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자기 원칙이 분명한 사람이다. 수 틀리면 돌아서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받는 불이익도 많다. 모처럼의 진도 여행도 결국 '우울한 기행'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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