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벌이
이무성의 소설 '앵벌이'는 작가 자신의 경험을 녹여 작품을 썼다. '58년생 개띠'는 한국전쟁 이후 폭발적 인구 증가로 얘기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중심 연령이다. 가장 높은 출생률을 보인 58년생들 초등학교 시절, 심한 지역은 3부제 수업까지 했을 정도였다. '앵벌이' 작가 이무성은 바로 '58년 개띠'다. 노년이 된 그가 '늦깎이 소설가'가 된 사연 자체가 한 편의 소설이다.
환경과 생태에 관심이 컸던 그는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서 떠나본 적이 없다. 여러 곡절을 거쳐 대학 강단에 섰으나 결국 해직된다. 그의 대학 교수 경험이 글로 나왔다. 단편 소설 5편을 묶어 '해직교수(이무성 단편집)'이 간행됐다. 그중 하나가 '앵벌이'다. 앵벌이란 '앵앵' 거리면서 구걸한다 해서 '앵벌이'라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 코흘리게 얘들의 구차한 모습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것을 이른바 앵벌이라 한다. 작품 속 화자인 '나'는 지방 사립대 교수다. 그는 사회의 민주화에 관심이 많고 대학도 족벌 운영이 아닌 민주적 운영을 희망한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교수협의회는 있으나 운영이 순조롭지 못하다. 재단에 밉보이면 재임용 탈락이 되기 때문에 몸보신에 익숙한 교수들 머릿속은 복잡하다.
화자인 나는 어느 날 지역의 다른 국립대 규탄 시위에 참석한다. 그 대학 총장 1순위 후보자가 밀리고 권력이 미는 2순위 후보자가 총장으로 발령된다. 이에 격분한 교수들은 주변 지역 교수들과 연대하여 항의를 하기 위해 모였다. 그러나 사건의 심각성과 달리 참여가 저조하다.
학교에서는 '총장 취임행사'와 '규탄집회'가 동시에 진행되며 혼란스럽다. 행사장을 들어가려는 교수들과 학생들 몸싸움이 벌어지고, 학생 대표가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면서 교수들을 대놓고 '앵벌이'라고 표현했다. 예상치 않은 '앵벌이' 발언에 한동안 교수 학생 모두 멈칫한다. 물론 취임행사는 안에서 진행됐고 밖에서는 규탄 시위가 있는 가운데 화자인 '나'는 곰곰이 생각에 빠진다.
소설의 화자 '나'는 '이교수'라 불리는 것으로 봐서 작가 본인임을 알 수 있다. 이교수는 학생이 토로한 '앵벌이' 표현에 지난 시간을 돌이켜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다. '앵벌이'로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그는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직(?)의 길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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