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지식인, 이무성
나약한 지식인, 대학교수들의 이야기이다. 지방의 모 대학 징계위에 회부된 네 교수의 이야기를 제삼자인 화자가 이야기를 진행한다. 간혹 먼저 해직된 L교수 이야기가 끼어들기도 한다. 징계위에 회부된 김교수, A교수, T교수, K교수 네 교수는 같이 투쟁하자고 했지만, 갈수록 자신들의 사정으로 각각의 길을 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의 채용 비리에 대한 내용과 교수 평가라는 이름으로 빚어지는 재단의 횡포를 그리고 있다.
제목, 나약한 지식인
공동으로 대처하자고 먼저 나서면서 소송 대표가 됐던 T교수가 어느틈에 소송을 취하한다. 전화 연락도 끊었다. 그 사유를 알 길 없는 김교수는 징계위에 회부된 다른 교수들에게 T교수 거취를 묻는다. A교수는 비분강개하며 징계위에 출석하지 않고 투쟁하겠노라고 선언한다.
김교수는 대학정원제로 교수 확충이 많았던 시기인 80년대 초에 고교 국어 교사에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만 해도 대학에 자리를 잡기가 수월했다. 갈수록 학생이 줄어들면서 노년 수요가 많은 사회복지학과로 과를 옮기고 학과장도 맡았다.
학과장으로서 법에 어긋나는 '이동캠퍼스'까지 운영하면서 학교 재정에 도움을 주곤 했다. 비굴한 행동까지 서슴치 않았던 자신을 징계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다른 교수가 어려움을 당할 때 '나 몰라라' 했던 자신이 반성되기도 한다. 이제는 자신이 거리로 나설 처지가 됐다. 먼저 해직된 L교수에게 연락을 해서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이런 서술 과정에서 대학의 비리가 하나하나 까발려진다. 소설의 화자는 제3자이지만 먼저 해직된 L교수의 입장이라는 것을 은연중 알 수 있다. L교수는 작가이기도 하다. 작가 이무성은 픽션 형식을 택해 잘못된 대학 현장을 고발한다. 그리고 그 비리 소용돌이에서 이용당하는 교수와 무력하게 무너지는 지식인의 나약함을 까발린다.
결국 징계위에 회부된 교수들은 뭉치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다. 재단의 실세들은 교활하게 징계 과정에서 불만 많은 학생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들의 악성 민원을 통해 자진 사퇴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무성의 작품 중에 비교적 현장과 거리를 둔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은 작품 안에 작가 자신이 서 있는데 비해 이 작품은 김교수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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