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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독서

[오유권 단편] 소문, 195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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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소설가 오유권

나주 출신 오유권은 토속어 사용의 달인이다. 그의 소설 대부분은 진한 토속어가 쓰였다. 전라도 사투리도 지역마다 다르다. 오유권이 사용한 사투리는 '나주 사투리'다. 정확하게 말하면 '영산포 사투리'다. 같은 '나주'라지만, 영산포와 나주는 사뭇 다르다. 1981년 '금성시'로 승격되기 전까지는 '영산포읍', '나주읍'이었다. 시로 승격하면서도 지명이 다른 '금성'을 사용했다. 시청사는 두 읍의 가운데 지점에 위치시켰다. 그만큼 두 지역은 비등했고 개성이 달랐다. 1986년 나주시로 명칭이 변경됐고 1995년 나주군과 합해지면서 '도농복합도시'가 됐다.

영산포 꼭두말집 소설가 오유권

'전라도'라는 지역명의 유래가 '전주'와 '나주'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은 것을 보더라도 '나주'의 역사적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나주 토속어를 가장 잘 사용한 소설가가 오유권이다. 270편이 넘는 단편이 대부분 나주토속어가 사용됐지만 그중 백미가 바로 '소문'이다.

오유권 단편 '소문'

1657년 발표작이니 그의 나이 삼십 전이다. 그가 문단에 들어와 2년이 흘렀으니 필명도 제법 알려진 시기. 그는 '소문'으로 절정을 이룬다. '농촌작가' 답게 나주 어떤 시골에서 커진 '소문'이 작품의 소재다. 20대에 과부가 된 고갯집 '나주댁'은 외동딸을 애지중지 키웠다. 딸  혼담이 오가는 중에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아, 그, 잡녀러 머심이 꺼꿀네 집 뒤꼍에 가 서 있다가 무단히 물 길러 가는 사람을 틀어잡고 그랬다 않든가."

누군가가 깔았던 소문은,

"아니, 내가 방금 꺼꿀네 집 외진 모퉁이를 돌아오자니께, 고갯집 나주댁 딸하고 그전에 저의 집서 머심을 살던 안골 반장네 머심이 무슨 편지를 가지고 서로 받으라거니 안 받겠다거니 한참 찌우락거리고 있드란 마시, 나 참, 우서운 일도 다 봤네잉."

이렇게 자기 번식을 하면서 커간다. 소문은 돌고 돌아 나주댁 귀에 도달했다. 나주댁은 펄쩍 뛰면서 팩트 체크에 들어간다.

벌떡 방문을 젖히며, "아가, 너, 안골 반장네 머심한테서 뭣 받은 일 있냐?" 방에서 수를 놓고 있던 딸이, 손으로 얼굴을 싸며, "없어." "그럼 무슨 말이 그렇게 났다냐?" “이전 날 납세고지서 받은 것 보고 그러는 것 아닌가? 그때 판례 어메(떠벌네)가 지내다 봤어."

사실이 아닌 '소문'이다. 그러나 소문은 요즘 '거짓 뉴스'처럼 왕성한 증식력이 있다. 결국 사돈네 귀에 들어가고 혼사마저 문제가 된다. 이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중매를 선 사람이다. 물론 당사자인 '나주댁'은 복장이 터질 일이다. 사실 확인 끝에 판례 어메 '떠벌네'가 진원지임을 안 나주댁은 떠벌네에게  따지고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그 두 사람의 악연이 드러난다.

달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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