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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독서

[오유권 단편] 쌀장수, 195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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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권 단편, 쌀장수

영산포 5일장 싸전머리가 배경이다. 지금은 5일장이 새끼내로 옮겨 '풍물시장'이란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본래 영산포장은 구로즈미 가옥이 있는 영산강 근처였다. 노봉산 꼭두말집에서는 지척이다. 물론 작은 지역이라 영산포 정도는 작가의 손바닥 안에서 놀았겠지만 노봉산 바로 아래 장터는 특히 작가의 문학 산실이다. '가난한 형제들' 배경이 이곳이고, 이 작품도 바로 노봉산 아래의 영산포 오일장이 배경이다. 작가는 장터 싸전에서 빚어지는 허우대가 좋은 외지 쌀장수와 비쩍 마른 현지 쌀장수의 경쟁과 갈등을 다룬다. 외지 쌀장수는 윗녁 사투리를 쓴다. 지역인의 입장에서는 표준어에 가까운 윗녁 말투가 귀에선 사투리로 어색하게 들린다. 물론 말꼬리에 붙는 '뎁쇼'는 표준어가 아닌 아부성 말투다. 말뽐새도 맘에 안 드는데, 장사마저 잘 되니 눈엣가시다.

말라꽁이 텃세

말라꽁이(지역 쌀장수)는 분통이 터져 순댓국집에서 막걸리를 두 잔 들이키면서 궁리를 한다. 허우대 좋은 윗녁에서 온 저놈을 어떻게 할까? 하는 중에 소금 파는 황새다리 유서방이 들어온다. 응원을 청한다. 그러나 유서방은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다며 가고 만다.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해 본다. 말대접으로 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흘려듣는 사람이 있다. 상대 태도에 따라 기분이 오락가락하면서 막걸리에 소주까지 부어대니 술기가 올랐다.

자리를 옮겨 동네에서 힘깨나 쓰는 억보를 만났다. 억보에게 사정을 얘기했다. 같이 비분강개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며칠 전 시비가 붙어 송사가 생길뻔한 일에 살며시 자리를 뜬다. 믿었던 억보마저 등 돌렸다 싶으니 더 화가 난 말라꽁이는 괴춤을 뒤져 주머니칼을 쥐었다. 일을 낼 요량으로 전머리로 돌아왔다.

마감을 한 윗녁 사내가 사과를 한다.

소설 '쌀장수' 마지막 장면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윗녁 쌀장수와 한 잔 하러... 말 한마디로 천냥빗을 갚는다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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