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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홀어미들, 현대문학 1959년
우리 지역에서는 자주 만나는 댁호이다. 문평댁, 동강댁이 그렇고, 유복자네도 그렇다. 아이 밴 지 넉 달 만에 남편이 죽어 '유복자(遺腹子)'를 두고 죽었다고 해서 '유복자네'가 된다. 그들 세 홀어미는 저녁이면 유복자네 집에 모인다. 여기에 사십 남짓의 박선달 네 뚝보 머슴이 온다. 정겨운 시골 풍경이다.
세 남자가 난리통에 사망했다. 죽은 배경 얘기는 없다. 제삿날이 같아 다 같이 탈상을 앞둔 세 과부 얘기. 유복자네가 26살, 동강댁과 문평댁은 24. 같은 나이의 두 여인 생일은 두 달 차이지만 형ㆍ동생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세 홀어미와 머슴 뚝보 사이의 얘기라면, 오가는 감정이 복잡할 텐데 한 폭의 조용한 수채화처럼 그리고 있다. 스스럼없이 지내던 그들에게 약간의 균열이 생기고 탈상 후에 담담하게 헤어지는 얘기다. 가운데 동강댁은 친정으로 돌아가고, 막내 문평댁은 마을을 떠난다. 떠나는 문평댁을 마중하는 유복자네는 먼저 세경을 치르고 떠난 머슴 뚝보가 강 저편에 아른거리는 것을 본다.
영산강이 흐른다. 문평댁이 가벼운 보따리를 안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건너편에 머슴 뚝보가 기다린다. 안개 깔린 개산과 앙암바우가 배경을 이룬다. 한 편의 서정시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산수화 한 폭을 보는 것 같다.
작가 오유권은 감정 낭비 없이 가난으로 찌든 남도의 '애송이마을' 한 시점을 글로 담았다. 구체적인 얘기는 과감하게 생략했다.
벽에 걸린 빛바랜 그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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