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사, 동서문학 1988년
후사?
제목만으로 알기 어려운 두 번째 경우다. 첫 번째는 '농우부고장'이었다. 소설을 다 읽고서 알았던 '農牛訃告狀'. 이번에는 아예 사전을 먼저 뒤졌다.
작가 오유권은 국어사전을 필사하면서 낱말을 익힌 성실한 노력파다. 그 시절에 있을 법한 방법이다. 지금은 손바닥에 들어온 스마트폰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스마트한 어플 국어사전의 뜻풀이는 '대를 잇는 아들'이었다. '後嗣', '뒤 후(後) 이을 사(嗣)'였다.
후사, 어른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본딧말은 몰랐다. 비슷한 입장의 단어가 '유사(有司)'다.
"'모임에 유사'가 형님입니다."라는 표현으로 가끔 듣는다. 나도 이번 합동 제사를 공지하면서 "'이번 유사는 첫째 패밀리'입니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한자로는 '有事'로 생각하고 있었다. '有司'였다.
각설하고.
오유권 단편 '후사'는 6ㆍ25로 빚어진 좌우 갈등 중에 초래된 장노인네 이야기다. 5대 독자 장노인은 윤오와 순이 남매를 두고 있다. 1950년 10월 장노인 아들 윤오는 입산을 한다. 인공 시절에 설치던 전력이 있어 산사람 따라 들어갔다. H읍의 유형사는 윤오를 체포하러 장노인 집에 왔다가 딸 순이를 잡아갔다. 취조하러 지서로 향한 것이 아니고 요정으로 데리고 간 형사는 순이가 맘에 있었다. 장노인과 할멈은 걱정이 태산이다. 할멈은 아들 딸 안위가 걱정인데, 장노인의 걱정은 결이 다르다. 후사가 끊어질까 걱정이다. 당연 딸 안위보다 아들 후사가 더 크다.
결국 할멈은 보따리 장사로 위장하고 아들 찾아 산으로 가고, 남은 장노인과 순이는 유형사의 감시를 받는다. 다시 순이를 끌고 간 유형사는 다시 요정으로 가서 '고백'을 한다. 고백을 들은 순이는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결정을 부모몫으로 돌리고 집에 와서 장노인에게 고한다. 장노인은 얼씨구 한다. 아들 윤오 살릴 방도를 찾았다는 안심이다. 후사를 잇겠다는 판단에서다.
작가는 좌우대립의 구조적 문제에 초점을 모으지 않았다. 이념 대립으로 고초를 겪는 어느 촌노의 심정을 담을 뿐이다. 이것이 작가 오유권의 장점이자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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