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위한 (趙緯韓), 최척전(崔陟傳)
17세기를 대표하는 고전소설이다. 조위한(趙緯韓)의 1621년 작품이다. 남원 출신 조위한은 장수한 인물이다. 1558년에 태어나서 1649년까지 요즘 나이법으로 계산해도 91세까지 살았다. 그의 나이 64세에 지은 한문소설이 '최척전'이다. 소설의 말미에 자신이 화자가 되어 남원 최척이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술하면서 후세에 남겨달라고 했단다.
소설의 구성을 정리하면 최척과 옥영의 결혼과 이산, 부분적으로 만났다 다시 헤어짐, 그리고 모든 가족이 다시 만난다는 구성이다. 그런 사연 뒤에는 임진왜란, 정유재란이 있었고 1619년에는 명나라의 요동정벌이 있다. 전쟁의 와중에서 최척 가족의 이산과 재회가 서사의 중심이 됐다.
결연과 이산
남원에 사는 최척(崔陟)이 옥영(玉英)을 사랑하여 약혼을 한다. 임진왜란 중 최척이 의병으로 전장에 나가게 되자, 옥영의 부모는 이웃 양생(梁生)을 사위로 맞으려 한다. 이 사실을 안 최척은 진중에서 달려왔고, 두 사람은 드디어 혼인을 하고 애정이 깊어진다. 이때 정유재란으로 남원이 함락되자 옥영은 왜병의 포로가 되어 끌려가고, 최척은 명나라 장수 여유문(余有文)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간다.
이 과정에서 결혼에 이르기까지 옥영이 선수를 친다는 점이 조선 여인답지 않고 고려 여걸 같다. 공부하는 최척에게 살며시 쪽지를 건네 자신이 좋아한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부분 재회
여러 해가 지난 뒤 최척은 항주의 친구 송우(宋佑)와 함께 상선을 타고 안남(安南, 지금의 베트남)을 내왕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우연히 왜국(倭國, 일본)의 상선을 따라 일본인 돈우를 따라 안남에 온 아내 옥영(남장으로 생활)을 만난다. 그들은 중국으로 돌아와 살며, 아들 몽선(夢仙)을 낳는다. 몽선이 장성하여 임진왜란 때 조선에 출전한 진위경(陳偉慶)의 딸 홍도(紅桃)를 아내로 맞는다.
무대가 국제적이다. 조선, 일본에 중국과 베트남이면 요즘 잘 나가는 아시아 4인방이다.
재이산과 전체 재회
이듬해 최척은 명군(明軍)으로 출전하였다가 청군(淸軍)의 포로가 된다. 포로수용소에서 아들 몽석을 만난다. 몽석은 명군의 요청으로 강홍립(姜弘立)을 따라 조선에서 출전했다가, 청군의 포로가 됐던 것이다. 최척과 몽석 부자는 함께 수용소를 탈출하여 고향으로 향하던 중 몽선의 장인 진위경을 만난다. 옥영 역시 몽선·홍도와 더불어 천신만고 끝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최척 일가가 다시 만나서 단란한 삶을 누리게 된다.
정리
고소설답게 해피엔딩이다. 지리적으로 중국, 베트남과 일본이 활동 무대가 됐다. 최척과 옥영 모두 장삿길로 나섰으니 무대가 넓을 수밖에. 조선시대를 염두에 뒀을 때 거대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26년(1594~1620)의 삶의 역정은 요즘 대하드라마에 해당되겠다. 제목은 '최척전'이지만, 내용으로 보면 '옥영전'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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