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오유권
소설가 오유권은 영산포(현재는 나주)에서 1928년 생이다. 강진 군동면 감나무골 출신 아버지 오경구가 고향을 떠나 영산포로 이주했기에 오유권은 영산포가 태생지다. 가난한 농가인 데다 영산강 유역의 홍수로 집이 어려워 소설가의 어머니는 도붓장수로 일을 했다.
오유권은 여섯 살 때 외조부로부터 천자문을 배웠고 일곱 살 때 서당에 다녔다. 그는 새벽잠이 없어 서당에 가기 전에 책을 찾아 읽었다고 한다. 그 후 나이가 들어 영산포 남소학교(영산포 남국민학교)에 입학한다.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영산포 서초등학교(영산포 서국민학교) 급사로 일했다. 급사로 일하는 중에 체신이원(遞信吏員) 양성생 모집시험에 응시해서 합격한다. 체신리 양성소 6개월 과정을 수료한 후 그는 영산포 우체국에서 전보 업무를 맡았다.
스무 살 때 책방에서 만난 노자영의 1938년 작품 '인생안내'를 보고 문학의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그 후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읽고 몇 십 번이나 베끼고 외우며 문장을 익혔다. 그렇게 시작된 문학 공부는 해병대 근무 시절 부산에 피난온 문인들과 만나면서 문학의 길로 접어든다. 그때 만난 김동리와는 동서간이 되고 황순원은 그의 문단 등장을 추천하게 된다.
오유권의 등단 문집, 현대문학 1955년 4월호
1955년 황순원의 추천으로 '현대문학' 4월호에 '두 나그네'를 발표했다. 그 원전을 나주의 조성환 선생이 입수했다고 사진을 톡방을 통해 올렸다. 반가움 뚝뚝 떨어지는 글과 함께...
연꽃이 추상적으로 그려진 표지는 70년 세월을 대신 말하고 있다. 제목 등이 모두 한자로 기록된 당시 출판 풍토를 알 수 있다.
소설가 오유권은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등장했다. 그의 첫 소설 '두 나그네'가 책 185쪽에 게재됨을 알리는 목차가 고문서를 보는 것 같다.
그의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황혼이 내리는 외딴 산길을 두 나그네가 걸어가고 있다. 신작로를 사이에 두고 한 사나이는 길 이편으로, 다른 한 사나이는 그보다 여님은 발 뒤서 길 저편으로...'
아마 이 글을 수십 번 뙤작거려 시작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전쟁의 상흔도 가시기 전 영산포 촌 구석에서 이런 글이 나왔다는 것이 기적 같다.
그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25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장편 9편, 중편 10편, 단편 230여 편이다. 그는 전라도 중에서도 나주 토속어를 가장 잘 사용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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