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옹전(閔翁傳)
남양 사람 무관 출신 민유신의 이야기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이 1757년에 쓴 실제 인물 민유신 전기다.
민옹전 내용
남양(南陽)에 사는 민유신은 이인좌(李麟佐)의 난에 종군한 공으로 첨사(僉使)를 제수받았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뒤로 벼슬하지 않았다. 민유신은 어릴 때부터 매우 영특하였다. 그는 옛사람들의 기절(奇節)과 위적(偉蹟)을 사모하여 7세부터 해마다 옛사람들이 그 나이에 이룬 업적을 벽에다 썼다. 70세가 되자 그 아내가 올해는 까마귀를 그리지 않느냐고 조롱하였다. 벽에 매년 쓴 글이 벽에 가득한 것을 빗대 말한 것이다.
박지원이 18세에 병으로 누워 음악·서화·골동 등을 가까이하고 때로는 손님을 청하여 해학과 고담을 들으며 마음을 위안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우울한 증세는 풀 길이 없었다. 마침 민옹을 천거하는 이가 있어서 그를 초대하였다. 민옹은 도착하자마자 인사도 나누지 않고 때마침 피리 불던 이의 뺨을 때리고는 “주인은 기뻐하는데, 너는 왜 성을 내느냐”고 꾸짖었다. 작자는 웃으며 악공들을 돌려보내고 그를 맞이했다. 이때에 민옹의 나이는 73세였다.
민옹은 기발한 방법으로 환자의 입맛을 돋우어주고 잠을 잘 수 있게 해 주었다. 연암은 민옹의 기발한 방법으로 우울증을 해결했다.
민옹은 어느 날 밤에 함께 자리한 사람들을 마구 골려대고 있었다. 그들은 민옹을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어려운 질문을 퍼부었으나 민옹은 끄떡도 않고 대답하였다.
“귀신을 보았는가?”
“어두운 데 앉은 사람이다.”
“신선은?”
“세상 살기를 싫어하는 가난한 사람.”
“나이 많은 것은?”
“글을 많이 읽은 사람.”
“가장 맛 좋은 것은?”
“소금.”
“불사약은?”
“밥.”
“가장 무서운 것은?”
“자기 자신.”
이처럼 그의 대답은 쉽고 막힘이 없었으며, 자기를 자랑하기도 하고 옆사람을 놀리기도 하여서 모두 웃었으나 그는 얼굴빛도 변하지 않았다.
민옹의 일화
함께 있던 사람 중에 누군가가 해서(海西)에 황충(蝗蟲 : 메뚜기과에 속하는 곤충)이 생겨 관가에서 황충잡이를 독려한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 민옹은 곡식을 축내기로는 종로 네거리를 메운 칠척장신의 황충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그것들을 잡으려 하나 커다란 바가지가 없는 것이 한이라고 했다.
박지원은 '민옹전'의 창작경위에 대해서 작품 안에서 “금년 가을에 나는 병이 심하나 민옹을 볼 수 없었다. 그러므로 민옹과 주고받았던 은어(隱語)·골계 등을 엮어 민옹전을 짓는다.”하였다. '방경각외전'의 자서에서는 “민옹이 골계에 의탁하여 풍자한 것이 세상을 비웃는 공손하지 못함이 있다. 그러나, 경구(警句)를 써서 분발한 것은 게으른이들을 경계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에 민옹전을 썼다.”고 서술하고 있다.
'민옹전'은 민옹의 두 아들에 대한 것까지 서술한 전(傳)이다. 그러나 우스운 얘기가 중심이 되고 있어서, 전의 형식을 빌려 소설을 실험한 것처럼 보인다. 민옹이 벽에 썼던 경구는 기발하고 묘미가 있으며, 작자와 민옹이 만나는 장면은 극적으로 생동감이 있다.
정리
'민옹전'은 유능한 재주와 포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펼 수 없는 조선 말기의 무반(武班) 계통을 풍자적으로 설정하여, 불우한 무관이었던 민옹을 그린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세상 사람들 인정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민옹전'은 작자의 실학적 인도주의의 바탕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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