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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여행

뉴요커 친구와 떠나는 봄마중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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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봄비가 오락가락한 아침.

큰 우산을 폈다접었다 하면서 봉선동으로 향했다.
푸른길을 거쳐 새로 지은 주상복합건물 옆을 지난다. 주위 압력을 버틴 오래된 가옥 시멘블록 틈바구니에 사철나무 한그루. 추레한 옛잎 위로 어린애 볼살만큼 야들야들한 새잎이 돋는다.

봄을 마중하기도 전에 성큼 다가선 것을 느끼면서 마음이 급해진다. 모아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도 바빠진다.

나주로 향했다.

999-1번은 남평을 돌지만, 신도시를 거치지 않고 나주 시내로 진입한다.

나주에서 여정


먼저 들린 곳은 동점문.

문루에 오르면서 여행 멘토 길동형을 불렀다. 길동형은 반갑지 않은 '오씨'를 만나 자가격리 중이라 '원격'으로 조언 중이다. 이름하야 '원격동행'

멘토 조언대로 '5일전통시장'으로 갔다. 점심을 하기에는 아침을 늦게 들었다. 허기가 질 때까지 시간을 미루기로 하고 계획을 바꿨다.

5일장을 나와 나주 시내로 접었다. 금성관을 옆에 두고 오늘 숙소로 정한 '목사내아'를 찾는다. '목사내아'란 나주목의 지방 수령의 안채를 의미한다. 나주시에서는 이곳을 한옥 체험 시설로 제공한다. 내아 마루에 오른 재앙스런 친구는 목사가 쓰는 모자를 둘러쓰고 폼을 잡는다.

나주내아에서 뉴요커 친구

나주내아 곁에 '나주목문화관'이 있다. 이곳은 천년 목사골을 소개하는 문화관이다. 과거 나주목 모습을 구현한 미니어처가 있다. 나의 관심은 동점문 근처의 나무로 된 목당간과 돌로된 석당간의 위치였다.

미니어처에는 석당간은 성 밖에, 목당간은 성안에 있다.

1884년 미공사관 무관이었던 '조지 포크'가 나주 방문시에 석당간을 놓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동점문을 올랐지만 석당간은 성벽에 가려 못봤던 것이다. 그는 담양을 지나면서 '담양 객사리 석당간'은 세밀한 스케치까지 남겼는데, '나주 동점문밖 석당간'은 모르고 지나친 것이다.

미니어처 목당간과 석당간의 위치

내가 미니어처에 빠져있는 시간에 친구는 문화관 구석구석을 살폈다. 지난 후에 봤더니 착실하게 나주에 대한 학습을 꼼꼼하게 했었다.

지역 문화에 대한 탐구,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고개를 숙였다.

미니어처에서 또 한 곳.

나주 남산이다.

한양 남산처럼 큰 규모는 아니다만 구색은 갖춘 풍수지리에서 얘기되는 '안산'이다. 포크는 1884년 나주 남산에 올라 나주목사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당시 사진은 영산강을 건너다 실수로 필름을 망처, 후세에 남기지 못했다.

목문화관 미니어처 남산

친구는 나를 ○○라 놀리며 목사가 타는 가마에서 짖굿은 표정을 짓는다. 무섭게 문초한댔자 웃음을 감출 수는 없는데... 허참!

나를 문초하는 선홍

박선생과의 즐거운 만남

우리는 다례 명인 박선생을 만났다. 그는 자신의 차방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의 솜씨는 언제나 한결같다. 팔손이 잎으로 덮은 다식 바구니, 대봉 얼린 홍시 디저트. 여기저기 정성이 배인 봄꽃이 환하게 반긴다.

정성이 배인 다식
대봉 홍시 디저트

게다가 녹차 우린 온수로 즐긴 세족. 뜻밖의 체험에 감사, 감사할 뿐. 이런 대접은 평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 싶다. 해묵은 왼발 엄지도 행복해 한다.

녹차물 세족

첫날 나주 투어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목사내아 '지실'에 눕자 12시 이전에는 잠든 적이 없다는 친구는 조용한 코골이가 시작된다. 하긴 저걸 '코골이'라 이름한다면 내 경우는 '기차 홧통을 삶는다'고 해야할 듯.

목사내아 '지실'에서

들린 곳


동점문-목사내아-나주목문화관-나빌레라-하얀집(나주곰탕)-예가체프(커피)-박경중가옥-남고문-남산-영산포 홍어일번지(홍어삼합)-구로즈미가옥-영산나루-금성산 자락 차방-목사내아(숙소)


내일은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목포로 간다.

눈을 붙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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