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도, 오우가(五友歌) 4~6
[제4수]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든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가
구천에 뿌리 곧은 줄을 그것으로 아노라
[제5수]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었느냐
저렇게 사계절 늘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제6수]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에 광명한 것이 너만한 것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내 벗인가 하노라
[제4수]에 소개되는 친구는 소나무(松)입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날이 추워지면 잎 지는데, 소나무는 더위도 추위도 물리치고 항상 푸르게 '독야청청'하니 그 기상이 가상하단 얘기입니다. 항상 푸르름을 유지하는 것으로 소나무의 뿌리 깊음을 알겠다고 합니다.
[제5수]에 등장하는 친구는 대나무(竹)입니다. 나무도 풀도 아닌 것이 '대나무'라고 '나무' 반열에 있습니다. 대나무는 일 년에 다 커버립니다. 나머지 기간에는 자신을 더 단단하게 조련할 뿐입니다. 풀로 보기에는 그 의연함과 사철을 버티는 결기로 봐서 비교가 안됩니다. 윤선도는 이렇게 변하지 않는 친구를 좋아합니다.
[제6수]에 마지막 친구인 '달(月)'이 등장합니다. 작은 것이 중천에 올라 어두운 밤을 밝힌다고 합니다. 그것도 온 천지를 숲 구석구석까지. 사실 달이 작은 것이 아니죠. 빛은 태양빛을 반사해서 비쳐주는 것이고. 과학이 일반화된 사회가 아닌 고산이 살던 시절의 달은 신비한 존재 그대로입니다. 중천에 떠서 두루두루 보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말을 전하지 않으니 얼마나 믿음직합니까.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
다섯 친구를 옆에 둔 고산 윤선도의 기개를 가까이하기에는 오늘의 우리 삶은 너무 변했습니다. 도시에서 고산의 벗에 해당하는 무리를 열거한다면 제 경우는 스마트폰, 노트북, 높은 아파트, 책이 가득한 도서관, 거기에 자전거 정도. 고상하게 나가더라도 고산의 경지에는 다가갈 수 없군요.
오늘부터라도 나의 오우(五友)를 다시 찾아봐야지 하는 생각입니다. 도서관, 자전거는 놔두고 나머지 셋은 바꿔봐야지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물론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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