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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독서/교양도서

[시조] 김광욱 시조, '마음을 비우라'는 율리유곡(栗里遺曲) 2(제5수~제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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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욱 

김광욱(金光煜, 1580년 ~ 1656년)은 조선 중후기의 문신으로 자는 회이(晦而), 호는 죽소(竹所), 시호는 문정(文貞)이며 본관은 (신)안동(新 安東)입니다. 그는 벼슬을 떠나 도연명처럼 자연에 묻혀 사는 일상을 연시조로 남깁니다.

[제5수]
질 가마 깨끗이 씻고 바위 아래 새 물 길어
팥죽 달게 쑤고 절이김치 꺼내오니
세상에 이 두 맛이야 남이 알까 하노라

[제6수]
어와 저 갈매기야 무슨 수고하는 거냐
갈대숲을 뒤지면서 고기를 얻으려 하는구나
나처럼 딴마음 없이 잠만 자면 어떠하리

[제7수]
띠집 처마 기나긴 해에 할 일이 전혀 없어
포단에 낮잠 들어 석양에 해 지자 깨니
문 밖에 그 누구 어흠 하고 낚시 가자 하나니

[제8수]
삼정승이 귀하다 한들 이 강산과 바꿀쏘냐
편주에 달을 담아 낚싯대를 던질 때에
이 몸의 이  흥치에 만호루가 부러우랴

[제9수]
가을 강 밝은 달에 일엽편주 혼자 저어
낚싯대 떨쳐 드니 자는 백구 다 놀란다
어디서 한 줄 피리 소리 따라 흥을 돕나니

시조, 율리유곡(栗里遺曲)

팥죽에 절이김치를 세상에 둘도 없는 맛이라고 치껴 세웁니다. 솥도 자신이 스스로 닦고 깨끗한 바위 아래 물을 길어 끓인 팥죽이니 더욱 보배로울 것입니다. 캠핑의 'DIY'요리 수준입니다.

갈매기는 갈대숲을 드나들며 먹을거리를 찾습니다. 그런 갈매기더러 딴 맘먹지 말고 잠이나 청하라 합니다. 이것은 너무 나갔다 싶네요. 갈매기는 그렇게 쏘다니지 않고 살아남지 않을 텐데요. 유유자적한 시인의 눈에는 갈매기 노는 모습이 과거 자기처럼 느꼈을까요.

참으로 한가합니다.

마음을 비우면 이렇게 여유가 생기네요. 낮잠을 즐기다가 해가 설핏해지니 조각배 낚시도 즐깁니다. 거기다가 피리 소리까지 끼어듭니다. 그칠락말락한 피리 소리에 귀를 열고 졸음 섞인 눈으로 낚시찌를 보는 자연 속 시인을 생각합니다.

달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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