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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조, 귓도리 저 귓도리
옛시조는 그 시절 말로 읊어야 맛이 납니다. '귀뚜라미'로 표현하면 맛이 뚝 떨어집니다. '귓도리'가 딱 맞는 표현이네요. 의인화된 귀뚜라미가 긴 소리 짧은소리로 애간장을 긁습니다. 사창(紗窓)이란 비단으로 발라 만든 귀한 창으로 규방의 창문을 말합니다.
그녀는 님과 헤어져 홀로 밤을 새웁니다.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는데 사창 밖에는 가을밤을 뒤집는 귀뚜라미 소리가 납니다. 그 소리가 창을 넘어 애잔한 여인의 가슴을 후빕니다.
귓도리 저 귓도리 불쌍하다 저 귓도리
어인 귓도리 지는 달 새는 밤에 긴 소리 짧은소리 마디마디 슬픈 소리 저 혼자 울어대며 사창 안 옅은 잠을 잘도 깨우는구나
두어라 제 비록 미물이나 독수공방의 내 뜻을 아는 이는 저뿐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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