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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독서/교양도서

[오유권 단편] 혈(穴), 1958년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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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穴), 1958년 현대문학

오유권 단편 '혈(穴)'은 조상의 무덤에 관한 얘기다. 소설에서 화자는 어떤 두 집안의 무덤에 관한 얘기를 다룬다. 엄시우의 아버지는 면장 출신으로 노환으로 사망했다. 사망한 엄상렬의 묘를 최씨 집안의 선산에 묻는다. 물론 선산의 주인 측이 모르게 장사를 지낸다. 명당을 찾아 묘를 무리하게 남의 선산에 쓴 것은 자손이 귀한 엄씨 집안에서 후손을 얻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찾아온 선산 종손 집안에서는 하관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서둘러 하관을 했기 때문에 잠정 사화를 한다. 여기서 사화(私和)란 법으로 해결하지 않고 개인 간에 합의를 했다는 얘기로 전라도 나주 지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다. 그들은 3개월 후에 이장하기로 합의하고 도장(盜葬)을 묵인한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최씨 집안의 종손은 선천적으로 싸우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일은 이상하게 발전한다. 이장하기로 한 엄상렬의 묘는 그대로인데 선산의 주인 묘가 없어진 것이다. 묘가 없어진 최씨 종중에서는 난리가 났다. 문중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종손과 그 친척들은 사방팔방으로 없어진 묘의 행방을 찾는다. 물론 엄시우를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엄시우와 가까운 고수머리는 선산 주변을 배회하던 이상한 소년이 의심스러웠다. 묘를 쓸 때도 묘를 쓰고 난 뒤에도 선산 주변에서 얼씬거리는 나무하는 소년이 고수머리 눈에 띄었었다.

 

그 사이에 엄시우 집안에는 경사가 생겼다. 시우 아내가 잉태한 것이다. 시우네는 잉태한 사실이 모두 명당에 조상을 모신 음덕으로 생각하고 묘를 옮기는 것만은 막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시우 아내의 요구로 시우는 최씨네 종가에 쌀이며 포목을 선물로 바쳤다. 최씨 종손은 본래 싸우기를 싫어하는 사람인 데다 자기 조상 묘를 잃었기 때문에 이장 문제는 다음 문제가 된 것이다. 그것을 이용하여 엄시우는 이장 기한 3개월을 넘기고 1년이 지났다. 물론 아이가 태어났고 '귀동'이는 무럭무럭 잘 자란다. 

 

최씨 집안에서는 수소문 끝에 선산 근처에 어쩔거리는 나무하는 소년을 잡는다. 그래고 채근했다. 무덤을 팠지 않냐고. 아니라고 잡아뗀다. 사실을 계속 캐물으니 바로 엄시우 아내가 시킨 일이었다. 시우 아내는 어떻게 하든 이장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친정 식구들과 상의하고 소년을 시켜 선산 주변을 돌면서 최씨네 동정을 살피게 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최씨네 학다리 일가들이 와서 삽을 들고 파내니 하는 일이 있었다. 그날 저녁에 시우 아내는 누구도 몰래 일꾼들을 시켜 최씨 조상 묘를 옮긴 것이다. 물론 정중하게 묘표까지 세워서 다른 산으로 옮겼다.

 

이런 사실을 알고 고소를 하게 된다. 재판장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심문이 이어진다. 재판장은 공모 여부를 묻는다. 시우 아내는 혼자 결행했다고 답한다. 재판장이 묻는다. '많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피고의 분묘를 파려고 했냐'고. 학다리 일가들이 와서 파 옮기자는 일이 있었노라고 답한다. 

 

재판장은 몇 가지 더 확인한다. 피고측이 옮긴 무덤을 어떻게 조치했는가? 그리고 원고는 그동안 받은 물건은 없었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피고와 등에 업힌 아기를 본다. 재판장의 눈길을 받은 아이가 환하게 웃는다. 그 모습을 본 재판장오 빙긋이 웃는다. 그리고 선고한다. 

 

'무죄.'

 

명당에 얽힌 얘기

조상을 잘 모셔야 음덕을 쌓아 후손이 잘 된다는 우리 풍속은 지금도 여전하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도 자신의 조상 묘에 대해 끔찍이 생각한다. 언젠가는 어떤 대통령 후보의 조상묘의 혈을 막기 위한 무속적인 행위가 뉴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세간의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존재한다. 오유권이 단편 '혈'을 썼던 50년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했을 것이다. 조상님 음덕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달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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