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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방구네, 현대문학 1959년
살림에는 게으르나 마실 돌고 말 물어내는 일은 부지런한 아낙 이야기다. '돌방구' 의미는 분명하지 않지만, 돌과 바우가 합해진 듯하다. 오지랖이 넓다고 할까? 발발거리고 다니며 참견 많은 아낙인 돌방구네가 천주교를 믿게 된다. 물론 믿음보다는 배급에 맘이 더 갔다는 것이 옳을 성싶다. 옥수수 가루에 밀가루를 타서 새끼들 배를 채울 수 있어 선택한 일이다.
부활절 영세를 받으면 배급이 배로 늘어난다. 영세를 받아야 '예비' 딱지를 떼고 '영세교우'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게 된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유일한 국민학교 3학년 막내아들 도움을 밭으며 교리문답을 외운다. 교리는 거의 외워 가는데 관문 하나가 남는다. 내년 탈상을 남긴 남편 상방을 없애야 한다. 영세교우가 되기 위해 상방을 없앴다.
상방을 불사른 뒤에 학질에 걸려 고온에 시달린다. 병원을 두 차례나 다녀왔으나 그때뿐이다. 심해져서 까무러치니 아들 녀석들이 근동에 사는 누나들을 불러왔다. 딸 셋이 와서 맏딸은 간병하고, 둘째와 셋째는 점을 치러 각각 갔다. 점 결과도 크로스 체크를 해야 한다나. 결과는 상방 없애는 것이 문제였다. 부랴부랴 무당을 시켜 굿과 함께 상방을 재건했다.
그래서일까? 펄펄 끓던 열이 내리고 다시 성당에 나가게 된다. 예비교우로 반타작 배급을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상방은 상방대로 천주교도 그대로. 돌방구네는 여전히 오지랖을 날리며 지역을 나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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