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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독서/교양도서

[오유권 단편] 월광(月光), 사상계 195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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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月光), 사상계 1959년

월광!


먼저 생각나는 것은 베토벤 '월광소나타'다. 같은 '월광'이나 질감은 사뭇 다르다. 베토벤 월광은 달빛이 쏟아지는 정감 넘치는 달빛의 여유와 긴장이라면, 오유권의 월광은 삶의 질곡에서 잠시 즐기는 긴장 넘치는 밀월이다. 베토벤의 월광은 달과 땅의 어울림을 보여주는 만물의 화합이라면, 오유권의 월광은 버림받은 갈라진 땅에 한줄기 빗방울처럼 흘러들어온 여리게 흔들리는 달빛이다.

오유권의 월광은 전쟁 통에 아들 생사를 모르는 진노인과 그 며느리 얘기다. 아들 없는 오막살이 한 칸 방에 손주 둘이 사이에 자고 양쪽으로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자야 하는 구차한 삶이다. 허우대는 멀쩡하나 구걸해야 살 수밖에. 본래 읍 선창에서 살았지만 아들이 인민군에 붙었다고 쫓겨난 신세 새끼내를 거쳐 산모퉁이까지 옮겨 은신만 하는  처지가 됐다.

며느리도 봇짐을 이고 장사를 다닌다. 멀리는 화순 곡성까지 다니는 처지.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는 소피를 보러 나가고 시간이 한 참이 돼서야 들어온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뚫린 봉창으로 내다보니 달빛에 일렁이는 보리밭. 그리고 보였다 사라지는 남녀. 시침 떼고 들어와 자는 척하는 며느리를 두고 나선 진노인. 그는 마을로 내려가는 젊은이를 불러 세웠다. 놀라 돌아본 젊은이는 며칠 전 이사턱으로 술을 낸 양서방이다.

'대장부 사내가 놀래긴.'

진노인의 부름에 놀랜 사내에게 '가게.' 한다. 그 말에 용서받은 도둑처럼 냉큼 돌아가려 하자.

'이 사람아, 이리 가게...' 자기 집을 가리키는 진노인이다. 그리해서 두 남녀는 사이좋게 집을 떠나고, 노인은 가는 두 사람 뒷모습을 보는데 한 남자가 나타난다.

'아버지 아니십니까?'

산에서 잡혀 형을 살고 나왔다는 아들이다. 빌어먹을 세상이다. 멀리 사라지는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아들 질문에 '너처럼 나를 위한 사람...'이라고 말을 닫는다.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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